망둥어 뛰니 꼴뚜기도?…美-北 치킨게임에 이란도 ‘핵 협상’ 족쇄 풀까

입력 2017-08-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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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도발이 이란 자극할 가능성 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진 = EPA연합뉴스

미국과 북한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핵 개발 기술을 가진 또다른 나라 ‘이란’의 향배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10일(현지시간) 외교·군사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미·북 간 강한 긴장 속에서 미국이 이란을 단속할 필요가 더 커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도발이 이란의 핵 보유 의욕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란은 2015년 7월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을 약속했다. 협상안에 따르면 이란은 2024년 초까지 탄도미사일 개발 제재를 받는다. 서방은 이 대가로 대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하며 핵협상을 타결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하는 것도 모자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4발을 괌 주변에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고가 충분히 강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경고 수위를 한층 높이는 등 양측의 갈등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매트 레빗 연구원은 “북한의 도발이 이란을 자극해 핵 보유 야욕을 도지게 할 수 있다”며 “물론 이란이 그렇게 나온다면 감정적인 반응이겠지만 동시에 논리적인 전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북한을 억제하는 데 실패하면 이참에 이란도 덩달아 핵 협상 무효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란은 북한과 미사일 기술을 교환하며 협력을 유지해왔다. 그 시작은 1980년대부터였다. 이란은 군비 자금을 모으기 위해 북한에 석유를 팔았다. 이란은 여전히 북한 일부 지역에 석유를 팔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사들일 여력이 제한된 만큼 그 규모는 크지 않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알리레자 나데르 연구원은 “두 국가는 여러 방면에서 협력하고 있다”며 “두 나라의 경제적인 교류는 사실 군사적인 협력보다 더 단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북한과 이란과의 상황이 완전한 평행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정적인 차이는 이란은 폐쇄된 경제 시스템이 아니고, 북한은 매우 폐쇄된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2015년 핵 협상에 합의하면서 경제 제재 해제로 혜택을 입고 있다. 이란에 외자가 밀물처럼 들어와 침체했던 경기도 살아났다는 평가다. 그런데 다시 핵 협정을 파기하고, 핵 개발을 선언하면 그 타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레빗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에드 워커 전 미 외교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이란, 두 나라에 동시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 핵 개발 문제를 소홀히 하면 곧바로 이란은 핵 개발 할 여지를 마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가 두 문제를 동시에 주시할 수 없다면 당장 짐을 싸서 백악관을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데르 연구원은 “만약 이란이 핵 협상을 위반할 조짐이 보이면 즉각 미국은 규제에 들어가야 한다”며 “현재 북한의 도발은 이란 핵 협상이 왜 중요한지를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란은 핵 협상을 맺은 당사국이지만 북한은 협상을 하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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