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성교육법 개정 시도 철회를

입력 2017-08-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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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오늘날 인성교육의 목표가 충효교육을 연상케 할 정도로 지나치게 전통적 가치를 우선하고 있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이 가능하도록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인성교육의 근간인 충과 효를 뒷전으로 미루는 견마지소(犬馬之笑)의 발상이다.

우리 조상들은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르쳤다. 군신유의(君臣有義)보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을 강조한 나머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보다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먼저 따졌고, 인륜과 도덕이 근간(根幹)을 이루는 사회를 위해 효사상(孝思想)을 으뜸으로 여겨왔다. 백행(百行)의 근본인 효를 바탕으로 삼지 않고는 제 몸은커녕 제 집안조차 거느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무엇 때문에 효를 오상(五常)의 근본이요, 모든 행실의 근원이라 생각하고 으뜸으로 받아들였을까. 이는 “효도하고서 어질고 의롭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효도하고서 예의와 지혜가 없는 사람이 없으며, 효도하고서 믿음이 없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효는 백 가지 천 가지 행실의 근본이 된다고 한 것이다.

우리는 그간 남의 나라가 부러워하는 민족의 자긍심인 효를 너무나 홀대해왔다. 새마을정신의 기치 아래 효가 빠진 ‘국민교육헌장’을 얼음에 박 밀 듯 외웠고, 산업사회로 치달으면서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친 게 우리의 효다. 사회규범이 무너진 것도, 예의범절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도 우리 어른들이 뒷전으로 미룬 효 탓이다.

말할 나위 없이 갈피를 잡지 못한 청소년 인성교육과, 차라리 없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를 가정교육이 한몫했다. 자고 나면 듣는 것이 패악스러운 인륜 범죄요, 보는 것이 땅에 떨어진 효의 가치다. 그럼에도 민주적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위해 효를 또다시 홀대하겠다고 한다.

효사상에는 인본(人本), 이타(利他), 인내(忍耐), 절충(折衷), 평화 공존주의가 응축되어 있다. 오늘날 세계가 절실히 갈망하는 정신적 가치들이다. 만약 이를 외면한다면 기계문명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는 인간은 한낱 부속품으로 전락할 것이며 산업화, 도시화, 개인화로만 질주해 가는 세태에 극도의 이기심만 심어 세상을 갈등과 투쟁의 전장으로 몰고 갈 것이다.

“어버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미워하지 않고, 어버이를 존경하는 사람은 남에게 오만하지 않다.” ‘효경’에 나오는 말이다. 세종대왕은 문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효행 사례를 그림으로 그린 ‘삼강행실도’를 반포하였고, 앞 세대 우리 선현은 범국민적 효사상 앙양(?揚)을 위해 어버이날을 제정하였다. 효사상은 이미 세계인이 상실한 가치다. 효사상이 아직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인류를 위해서도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인류를 위해서도 효의 불씨를 꺼서는 안 된다.

효를 외면한 채 길러진 민주시민은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내면은 짐승일 것이다. 효사상이 민본주의요, 민본주의가 민주주의임을 모르고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의원들은 인성교육진흥법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아름다운 효를 지켜 우리의 전통가치와 문화정신의 뿌리를 지키고 우리의 정체성이 변질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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