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라운드3ㆍSK그룹] 불안한 ‘屋上屋 구조’ 재정비… ‘사촌 간 경영분리’ 과제 남아

입력 2017-07-10 11:00수정 2017-07-1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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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2015년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췄다. 최태원 SK 회장에서 지주사,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뉴SK’로 거듭나기 위한 근원적인 변화인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추진 중이다.

최근 들어 SK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이야기가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사촌 간 경영분리와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사업·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SK가 또 지배구조 변화 카드를 꺼내들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SK, ‘오너→지주사→계열사’ 구조 완성 = SK는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배구조 변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계기는 2003년 ‘소버린 사태’였다. 헤지펀드인 소버린자산은 당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때 SK의 주식 14.99%를 사들여 2대 주주에 오른 뒤 경영진 교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등 SK의 경영권을 공격했다. 당시 SK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규정에 따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서 1조 원을 투입한 뒤에야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이에 SK는 4년 뒤인 2007년 7월 지주사 전환을 발표하며 투자와 사업부문을 분리하는 사업구조를 갖췄다.

하지만 이 같은 지주사 체제도 ‘옥상옥(屋上屋)’ 구조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부분의 지주사 체제의 기업구조가 ‘오너→지주사→계열사’ 형태였으나 SK는 SK C&C가 지주사인 SK㈜의 지분 31.8%를 보유하며 ‘최 회장(오너)→SK C&C→SK㈜(지주사)→계열사’ 형태의 다소 불안한 옥상옥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SK는 2015년 SK C&C와 SK 주식회사의 합병을 결정하며 현재의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여느 회사처럼 ‘오너→지주사→계열사’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SK C&C가 SK㈜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합병비율은 보통주의 경우 1대 0.74, 우선주는 1 대 1.11로 책정됐다. 당시 SK는 “안정적 지주사 체계 완성을 토대로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 추진 및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 변화 = 완전한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변화시킨 SK그룹은 ‘사촌과의 경영 분리’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이 있지만 최 회장의 사촌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분리경영에 대한 논의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SK케미칼은 지난달 설립 48주년 만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결정했다. SK케미칼 홀딩스(가칭)와 SK케미칼 사업회사(가칭)로 분할돼 각각 자회사 관리와 화학, 제약 사업을 담당하는 형태다. 이렇게 되면 SK케미칼 홀딩스는 SK케미칼 사업회사와 SK가스, SK플라즈마 등을 자회사로 하는 지주회사로 변하게 된다.

이 같은 SK케미칼의 지주사 전환은 SK 오너가의 분리경영 가능성을 높였다. SK측은 그룹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해선 “이번 지주회사 전환은 사업 전문성 제고와 경영 효율성 극대화 차원의 결정이며 그룹 계열분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마음만 먹는다면 분리경영이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6년부터 SK케미칼을 독립 경영하고 있다. SK그룹이 2007년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할 당시부터도 SK케미칼은 지분 구조에서 제외돼 사실상 분리돼 있다.

SK가 보유 중인 SK케미칼의 지분이 전혀 없어 SK케미칼은 SK라는 큰 우산 아래 ‘최창원 부회장→SK케미칼→SK가스’로 이어지는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최 회장이 SK케미칼 보통주 0.05%, 우선주 3.11%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거의 없다.

또한 SK건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K케미칼은 향후 “SK건설 지분(28.25%)을 정해진 기한 내 해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년 내 SK건설의 최대주주인 SK주식회사와 SK케미칼의 지분 정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정리가 완료되면 그룹 계열분리도 가능하다.

특히 최 회장 역시 지난 2월 “지분관계가 전혀 없으면서도 SK 브랜드를 사용하는 느슨한 연대 형태의 지배구조도 가능하다”며 “그런 쪽으로 지배구조를 계속 개선하겠다”고 말하며 계열분리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최태원 회장이 SK주식회사,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을 맡고, 최 부회장이 SK케미칼을,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를 맡는 구조로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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