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일본] 구인난 日기업들 ‘고육지책’ 잇따라

입력 2017-06-2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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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다른 회사 근무 허용 경쟁… 업체끼리 공동 배달… ‘주4일 근무제’ 속속 도입

청년 ‘취업난’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웃나라 일본은 ‘구인난’으로 아우성이다. 일본 내수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고육지책을 내놓으며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30일 일본 후생노동성은 4월 유효구인배율이 전월보다 0.03포인트 오른 1.48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974년 2월 일본 경제가 1차 오일쇼크 직전까지 누렸던 호황기 때 이후 최고치다. 유효구인배율이란 일정 기간 일자리 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값으로 구직자 대비 구인기업 비율을 나타낸다. 그만큼 일본기업으로서는 일자리는 남아도는데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일본 1위 택배업체 야마토는 전자상거래 발달로 택배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회사 성장세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이 업체는 일본 전체 물류 시장의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택배 취급 수가 전년 대비 8% 증가한 약 18억7000만 개였다. 택배 수요가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회사는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기사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택배 물량이 폭증하다 보니 외부 운송업체에 일부 배송을 위탁하는 비용이 발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에 저렴한 운송비 역시 회사의 채산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이에 4월 초 회사는 택배 기본요금을 27년 만에 인상하기로 했다. 최대 거래처였던 미국 아마존닷컴의 당일 배송서비스 위탁 서비스도 철회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가운데 직원의 부담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손 부족은 야마토만의 문제가 아닌, 일본 산업 전반을 괴롭히는 고질병이 됐다. 일본 식품업체인 닛신식품과 주류·음료업체 산토리홀딩스는 일손 부족에 시달리다 6월 중순부터 홋카이도 일부 지역에서 제품을 공동으로 배달하는 고육책을 내놨다. 일본에서 서로 다른 업종의 업체들이 공동배달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운송을 담당할 일손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유통망을 공유해 배송의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노린 전략적 선택이다.

인재 확보 차원에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일 택배업체 사가와규빈은 3월 말부터 도쿄와 야마나시 현에서 주4일 근무 택배기사 모집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변형근로시간제’를 활용해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리는 대신 근무일을 하루 줄이는 방식이다. 휴일에는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야후재팬은 4월부터 육아나 가족 간병 등의 사유가 있으면 주 4일만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이미 2년 전부터 지방 매장 정직원 1만 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일손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일본 특유의 ‘24시간 영업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일본 곳곳에 밤낮으로 24시간 불을 밝힌 편의점과 패밀리 레스토랑 등은 일본의 경기 호황과 근면의 상징과도 같았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24시간 영업으로 얻는 수익보다 인건비와 관리비 지출이 오히려 더 많아 운영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일본 패밀리 레스토랑 ‘로얄호스트’는 내년 1월, 24시간 영업을 전면 종료키로 했다. 로얄호스트를 운영하는 ‘로얄홀딩스’ 사이트에서 전국 223개 점포 중 24시간 영업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단 2곳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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