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그러는 당신들, 그러던 당신들은?

입력 2017-06-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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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인사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들에게 으르딱딱거리는 국회의원들을 볼 때마다 ‘그러는 당신들은?’ 하고 묻고 싶어진다. 지들은 얼마나 깨끗하고 정직하기에 저렇게 사람을 망신 주고 온갖 옳고 바른 이야기를 주워섬길까?

모르긴 몰라도 국회의원들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등의 비리나 위법 사실이 일반인들보다 더 많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위 공직 후보 원천 배제사항으로 내세운 5대 비리 중에서 논문 표절은 좀 적을 것 같다. 국회의원들은 대개 논문을 베끼거나 표절할 시간에 더 ‘보람찬 일’을 하며 살아온 사람들일 테니까.

정권이 바뀌어도 청문회는 달라지지 않는다. 공직 후보자의 발목을 잡고, 인준 채택을 거부하고,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야당을 무시했다고 비난하고, 국회 상임위 활동을 거부하는 게 공식이다. 자유한국당은 이틀 전 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을 비판하면서 지난해 9월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을 패러디했다. 그때의 논평을 대통령과 당, 장관 이름만 바꿔 발표한 건데, 아는지 모르는지 민주당이 오타를 낸 ‘접입가경’(점입가경·漸入佳境의 잘못)까지 그대로 썼다. 처지만 바뀌었을 뿐 하는 행태는 똑같다.

정치인들은 왜 그렇게 모든 걸 아전인수(我田引水)로 처리할까. 요즘 한창 유행하는 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 비판이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될 거라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할까.

정치인만 그런 게 아니다. 낙마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경우는 정말 실망스럽다. 인권에 투철한 시민운동가, 국가인권위원장, 신망 높은 교수, 법과 문학에 밝은 문장가이며 올곧은 교양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체 무슨 꼴인가. 이명박 정부에 각을 세워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며 인권위원장 직을 던지고 나온 경력을 생각하면 그만한 법무부 장관 후보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허위 혼인신고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이 등을 돌렸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40여 년 전의 일이라거나 판결문이 사전에 누출됐다거나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음모라고 주장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그는 평생 후회하면서 한순간도 그 일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는데, 미리 스스로 말과 글로 고백하는 것과 남들에 의해 타의로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의 파장은 전혀 다르다. 게다가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문제와 아들 문제를 고백하면서도 장관으로 일하려는 의지를 밝힐 만큼 정치감각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 세상에 흠결 없는 사람은 없고 완벽한 인재도 없다. 무엇이 장점인지, 나라를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다만 각 고위 공직에는 그 자리에 꼭 필요한 덕목과 원칙이 있다. 실정법을 위반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문을 표절한 교육부 장관 후보자, 노동법 위반 전과가 있는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이런 사람들은 자격이 없다. 기용하면 안 된다.

청문회를 앞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06년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으로서 논문 표절, 중복 게재를 문제 삼아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물러나게 했던 장본인이다. 11년 뒤 그는 같은 처지에 빠졌다. 표절 내용은 더 심각하고 변명은 군색하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그런데 그는 이미 취임이라도 한 것처럼 특정 언론사와 단독 인터뷰를 하며 파장이 큰 교육정책을 털어놓았다.

이런 ‘내로남불’의 처신과 신중하지 못한 언동은 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의아하고 신기하고 무섭다. 누구든지 남을 비난하고 끌어내리려면 최소한의 자계(自戒) 자성(自省)과, 삼가는 몸가짐부터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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