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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으로 이혼한 외국인… 법원 "귀화 허용"
입력 2017-06-19 08:15

(이투데이DB)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한 외국인 여성에게 귀화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중국 국적 여성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귀화불허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08년 9월 한국인 조모 씨와 결혼한 뒤 그해 11월 배우자 체류자격을 얻어 입국했다. 그런데 결혼 생활 내내 남편 조 씨의 폭언과 폭력이 이어졌다. 조 씨는 술에 취해 A씨 얼굴에 담뱃불로 화상을 입히고, 유리컵을 던져 그 파편으로 A씨가 다치기도 했다.

결국 견디지 못한 A씨는 2011년 7월 집을 나와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다. 2012년 5월 서로 재산분할과 위자료 등을 청구하지 않는 선에서 이혼 조정을 했다. 이후 A씨는 2014년 8월 법무부에 귀화허가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쌍방의 책임으로 이혼해 간이 귀화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고, A씨가 생계유지 능력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국적법에 따르면 일반 귀화 요건인 '5년 이상 국내 거주'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본인 책임이 아닌 다른 이유로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할 수 없을 때 '간이 귀화'가 가능하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지난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는 2008년 11월 국민의 배우자로 입국한 이래 처분일인 지난해 10월까지 5년 이상 국내에 주소를 두고 거주했다"며 "일반귀화 요건 중 거주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일반 요건이 아닌 간이 요건으로 A씨의 귀화 여부를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또 "A씨는 조 씨로부터 2009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하다가 혼인이 파탄에 이르러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할 수 없었다"며 "법무부는 결혼의 파탄 경위와 잘못의 소재에 관한 법률적 평가를 그르쳐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고 봤다.

생계유지 능력 판단 기준을 '금융재산 3000만 원'으로 본 것도 너무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며 스스로 생계를 꾸렸고, 비교적 어린 나이인 점 등을 고려해 충분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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