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이야기] 중앙은행 독립성 중요하지만 경제 불확실성 시기엔 ‘정부 정책’과 보조

입력 2017-05-3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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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에 정치적 압력 가해지면 자본시장 왜곡돼 물가불안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한 국가의 화폐 공급 규모, 화폐가치, 금리 등을 경제성장이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행하는 일련의 조치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수행할 때 통상 기준금리를 지표로 삼는다. 기준금리를 변경하고 여기에 맞춰 통화량을 조절하면 금융시장에서 콜금리, 채권금리, 은행예금 및 대출금리 등이 변동하게 된다.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에는 공개시장 조작, 지급준비율, 재할인율 등이 있다.

이와 같이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강한 편이다. 누군가 중앙은행의 역사는 그 역할의 독립성이 강화되어 온 과정이라고도 했다. 20세기 초만 해도 각국 중앙은행은 대부분 정부 소유이거나 정부의 강한 통제를 받고 있었다. 전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찍어 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았다. 왕실의 전쟁 비용 마련을 위해 1694년 설립된 영란은행은 1844년에야 독점적 발권권한을 부여받았으며, 1946년 비로소 국가 기관이 되었다. 지금은 독립성이 매우 강하지만 독일과 미국도 각각 1923년, 1935년에야 중앙은행에 독립성을 부여했다.

이처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중앙은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1960~70년대까지 통화정책을 주도한 것은 여전히 정부였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이는 금융 자율화와 국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시장의 힘이 강해진 데 기인한다.

원래 중앙은행이 정부나 의회의 압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금융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을 받게 되면 방만한 금융정책을 수행하게 되어 물가 불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포퓰리즘(populism)으로 인해 금융정책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집중된 자본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경제현상이 복잡다기한 상황에서는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정책을 중앙은행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다른 정책 수립기관과의 효율적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경제정책 수립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은 경제정책 전체의 효율이 극대화되도록 상호보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매우 약해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라고까지 불렸다. 이후 독립성 강화 문제를 두고 논란이 되어 왔으나 큰 진전은 보지 못했다. 한국은행의 위상이 올라가는 전기를 맞게 된 것은 1997년 6차 ‘한국은행법’ 개정 이후다. ‘금융통화운영위원회’를 ‘금융통화위원회’로 격상하고, 의장도 재정경제원 장관에서 한국은행 총재로 바뀌었다.

그 이후에도 한국은행 독립성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수면 아래 잠복되어 있었다. 그러다 수면 위로 부상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위기가 터지면서 한국은행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2011년 9월 ‘한국은행법’을 개정하면서 한국은행의 목표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을 추가하고, 일반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권을 강화했다.

한편 통화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총재 및 부총재를 포함하여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밖에 기획재정부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각각 1인씩 추천하는 5인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는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또는 위원 2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의장이 소집할 수 있다. 현재는 매월 둘째·넷째 주 목요일에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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