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부채, 금융위기 전 수준 뛰어넘어 역대 최대…새 위기 오나

입력 2017-05-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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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부채 확대 이끌어…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불안 고조

▲미국 가계부채 추이. 단위 조 달러. 출처 뉴욕타임스(NYT)

미국의 가계부채가 글로벌 금융위기 전 수준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새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17일(현지시간) 지난 1분기 가계부채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난 12조7250억 달러(약 1경4265조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전 신용버블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8년 3분기의 12조6800억 달러를 웃돌고 새 정점을 찍은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금융위기 이후 학자금 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부채 확대를 이끌었다며 만일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사람이 늘어나면 10년 전 서프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혼란이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 연은 보고서에 따르면 학비 급증에 따라 학자금 대출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3분기의 5%에서 올해 1분기 약 11%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모기지 부채 비중이 73%에서 68%로 낮아진 것과 대조된다. 자동차 대출은 6%에서 9%로 높아졌다. 신용카드 대출은 전체 가계부채에서 6%, 기타는 약 3%의 비중을 각각 차지했다.

NYT는 가계부채 증가에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기에 미국인이 열심히 노력해 상당수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용수준을 회복했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은행과 다른 대출기관들이 미국 경제회복에 낙관적 전망을 보인 것도 가계부채 증가에 일조했다. 즉 미국 경제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지출을 촉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측면에도 가계부채 급증은 경제에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최근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인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에 미국인이 주택 구입과 같은 대규모 지출을 꺼려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나아가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하면 경제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 현재 학자금 대출은 약 1조3000억 달러로, 9년 전 6110억 달러의 배가 넘으며 연체율은 약 10%로 모든 대출 유형 중 가장 높다고 NYT는 덧붙였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 ‘공정 성장을 위한 워싱턴센터(Washington Center for Equitable Growth)’의 헤더 부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채가 금융위기 전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것은 우리가 기뻐해야 할 신호는 아니다”라며 “피상적으로 살펴보면 부채가 낙관적인 신호로 읽힐 수 있겠지만 실제로 미국 가계는 자신의 소득으로 갚을 수 없는 돈을 얻고자 다시 빚을 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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