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소설같은 '알비스' 암투..오리지널-복제약의 처절한 공방

입력 2016-07-0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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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제네릭 업체들, 위장약 '알비스' 특허전ㆍ위수탁 전략 등 끈질긴 추격전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영업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복제약(제네릭) 시장이다. 투입 비용 대비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크다는 매력에서다.

영업현장에서도 제네릭 시장을 두드리는 게 신약보다는 수월하다. 이미 의료진이 써왔던 약물이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판매하려는 의약품이 어떤 제품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구축한 시장이 있어서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예측이 가능한 '계산이 서는 시장'이다.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는 즉시 제네릭 제품들이 동시다발로 출시되며 최대한 빨리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최근에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들도 손쉽게 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위장약 '알비스' 시장에서 펼쳐지는 암투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제품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웅제약이 지난 1993년 허가받은 알비스는 산 분비를 억제하는 '라니티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억제하는 '비스무스', 점막보호작용을 하는 '수크랄페이트' 3가지 성분으로 구성된 개량신약이다. 고용량 제품 알비스D를 포함해 지난해 605억원의 처방실적을 올리며 국내제약사 개발 의약품 중 가장 많이 팔렸다. 대웅제약이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는 효자 제품이다.

하지만 알비스도 다른 오리지널 의약품처럼 지난해부터 제네릭 제품들의 공세에 부딪혔고 이때부터 대웅제약은 다양한 방법으로 ‘알비스 지키기’를 시도했다.

우선 대웅제약은 알비스의 조성물 특허가 유효하다며 특허전을 시도했지만 올해 초 제네릭업체들로부터 고배를 들었다. 알비스 제네릭 시장의 빗장이 열린 것이다. 기존에 신약과 제네릭업체간 펼쳐지는 흔한 공방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웅제약과 제네릭 업체들은 치열한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알비스 제네릭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는 많지 않지만 위수탁을 통해 무려 58개사가 제네릭을 발매했다. 지난 2014년 허가 규제 완화로 간단한 서류 신청만으로 다른 업체가 만든 제품을 상표명만 바꿔서 새롭게 허가받을 수 있게 돼 복제약의 무한 복제가 가능해진 탓이다.

사실 알비스 제네릭의 무더기 진입을 대웅제약이 유도한 측면도 있다. 대웅제약은 이례적으로 제약사 20여곳에 알비스 제네릭을 생산·공급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다른 업체에 시장을 뺏기는 것보다 제네릭 제품의 절반 가량을 대웅제약이 직접 공급하며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독특한 전략이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알비스의 제네릭을 생산해 위탁 사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지난해 대웅제약이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한 배경에 알비스 시장을 지키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개소리도 나올 정도였다.

추격전은 계속됐다. 대웅제약은 2014년 11월 알비스 구성 성분의 용량을 2배를 늘린 알비스D를 허가받으며 시장 방어체계를 굳건히 했다. 복용 횟수를 줄인 알비스D로 시장을 공략, 알비스 제네릭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제네릭 업체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안국약품이 알비스D의 제네릭도 개발해 CJ헬스케어, 일동제약, 제일약품, 건일제약, 삼진제약 등과 함께 허가받았다. 알비스D의 제네릭도 무한복제가 시작된 것이다.

대웅제약은 또 다시 특허전략으로 맞불을 놓았다. 알비스D의 제네릭 허가 직후인 지난해 10월 알비스 구성 성분 중 ‘수크랄페이트’와 ‘비스무스’의 원료 입자 크기가 대웅제약의 고유 기술에 해당한다는 ‘입도 특허’를 출원했고 올해 1월4일 특허가 정식 등록됐다. 알비스를 허가받은지 23년만에 새로운 특허가 등록된 것이다. 기존에 발매된 알비스 제네릭 제품들은 이 특허가 등록되기 전에 출시돼 특허의 영향력에서 벗어난다. 누가봐도 알비스D의 제네릭 제품들을 겨냥한 특허인 셈이다.

안국약품이 알비스D 제네릭을 1월11일에 발매하자 대웅제약은 기다렸다는듯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안국약품 등 6개사 이외에 대웅바이오, 한올바이오파마, 넥스팜코리아, 이든파마, 메디카코리아, 테라젠이텍스 등이 알비스D 제네릭을 발매했는데 이들 업체 모두 대웅제약이 생산·공급하는 제품이다. 알비스 시장과 마찬가지로 특허소송과 위탁 생산을 동시에 구사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안국약품의 제네릭 생산만 봉쇄하면 알비스D의 시장을 지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네릭 업체들의 추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경보제약 등 6개사가 알비스D의 제네릭 허가를 신청하고, 특허심판원에 ‘입도 특허’에 대한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을 포함해 총 13개 업체가 알비스D의 특허전쟁에 가담한 형국이다.

알비스 제네릭 시장에서 펼쳐지는 끈질긴 혈투가 신약과 제네릭간 펼쳐지는 모든 전략이 다 들어있다는 얘기마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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