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불알 두 쪽, 여자도 있다?

입력 2015-12-1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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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화제다. ‘165㎝, 50㎏’이 기본 신체조건이란다. 악단에 들어가면 결혼은 물론 연애도 하면 안 된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이들은 파격적인 의상과 세련된 퍼포먼스로 관중을 압도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모란봉악단은 우리의 걸그룹 ‘소녀시대’와 유사한 콘셉트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의 CNN은 모란봉악단의 공연 기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면서 소녀시대 사진을 올리는 실수를 했다. 문제의 그 기사를 보면서 불현듯 ‘모란봉악단과 소녀시대가 만나서 대화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결물(스킨), 물크림(로션), 분크림(파운데이션), 입술연지(립스틱)는 어디 것을 쓰십네까? 참 곱습네다.” “몸까기(감량·다이어트)는 어떻게 했습네까?” “이렇게 만난 것도 반가운데 섞음술(칵테일)이라도 한잔 하십시다.” “남쪽 연예인 중에는 부화(浮華·불륜)를 일삼는 사람은 없습네까?” 이 질문들의 뜻을 알아듣고 답할 수 있는 소녀시대 멤버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북에서 전구는 ‘불알’, 샹들리에는 ‘떼불알’이라고 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남북 간 언어격차를 잘 보여 주는 예로, 언어 통합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기왕 나온 김에 좀 민망하긴 하지만 불알 이야기를 할까 한다. 불알은 남자한테만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여자들도 불알이 있다. 그것도 두 쪽이나. 위치만 다를 뿐이다. 흔히 ‘귓볼’이라고 부르는, 귓바퀴의 아래쪽에 붙어 있는 도톰한 살이 바로 그것이다. 이 부위의 바른 명칭은 ‘귓볼’이 아니라 귓불이다. ‘귓방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은데, 이 역시 바른말이 아니다. 귓불은 ‘귀+불’의 형태다. 이때 불은 고어에서 ‘부+ㅀ’으로 ‘불알을 싸고 있는 살로 된 주머니’, 즉 한자로 ‘음낭(陰囊)’이다. 따라서 여자에게도 불알 두 쪽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는?

‘미주알고주알’의 미주알도 우리 몸의 한 부위로,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이다. 항문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부위가 아니던가. 따라서 이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것저것 속속들이 캐묻고 확인하는 모양을 이른다. ‘고주알’은 미주알과 음률을 맞춰 쓴 말로 별 의미는 없다. 미주알고주알은 한 단어이므로 반드시 붙여 써야 한다. 고주알미주알로 순서를 바꿔 써도 뜻은 통한다. 다만 ‘메주알고주알’로 쓰는 이들이 꽤 있는데, 이는 존재하지 않는 말로 써서는 안 된다.

몸에 대해 말한 김에, 많은 이들이 표준어로 잘못 알고 쓰는 ‘무릎팍’도 짚고 가자. ‘가슴의 판판한 부분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가슴팍이니 무릎 역시 ‘무릎팍’으로 생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무릎을 속되게 이르는 말은 무르팍이 바른말이다. 표준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되 단어의 원래 형태를 밝혀 적는다는 한글맞춤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몇 해 전 모 방송에서 방영됐던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는 우리말 어법에 어긋난다. 무르팍도사로 해야 바르다.

모란봉(牧丹峯)은 대동강변을 휘돌아 평양의 가장 중심에 솟아 있는 봉우리로 천하 절경이다. 봉우리들이 마치 모란꽃이 둥글게 피어오른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7명의 가수와 10여 명의 악기 연주자로 구성된 ‘모란봉악단’은 이름에 걸맞게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공연이 김정은 숭배 일색이라니 참으로 안타깝다. 끼와 실력을 자유롭게 발산하는 그들의 무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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