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도입 후 매년 선임률 3%대에 머물러"독립성 등 인력뱅크 활용 가장 객관적" 지적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운영하고 있는 ‘사외이사 인력뱅크’가 헛돌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인력뱅크를 통한 상장사의 사외이사 선임률은 3%를 넘지 못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12일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인력뱅크에 등록된 사외이사수가 850명이다. 상장사에 선임된 경우는 고작 2.4%에 불과하다. 이는 올해 7월말 현재 유가증권시장의 상장법인의 사외이사 1659명 중 단 49명만이 인력뱅크를 통해 사외이사에 선임된 것이다.
연도별 회원사의 인력뱅크 이용 현황을 보면 2004년 66명, 2005년 54명, 2006년 48명, 2007년 45명, 2008년 46명, 2009년 44명, 2010년 48명, 2011년 39명 등으로 매년 제자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외이사제도는 기업이 이사회에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둬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03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주권상장법인에 대해 총 이사수의 과반수(최소 3인 이상)로 사외이사의 선임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회원사들이 독립성과 전문성, 책임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발굴하고 선임할 수 있도록 2004년부터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는 상법상 자격기준 뿐만 아니라 11개 항목의 별도 등록 기준까지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한 관계자는 “상장사들이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단순히 상법상 자격기준에만 신경 쓰는 것 같다”며 “매년 주주총회 시즌 등에 맞춰 홍보를 하고 있지만 반응은 냉랭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상장사들이 권력형 인사들을 선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떨어뜨리고 그에 따른 비용을 스스로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가지는지 수치로 알 수 없기에 이를 위해서는 선임과정에서 독립적인 인력뱅크를 이용하는 것이 최대한 객관적인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외이사 인력뱅크 등록자들의 직업 분포를 보면 경영인이 427명으로 전체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교수 165명(20%), 회계사·세무사 109명(13%), 변호사 57명(7%) 등의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