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올랐는데”…빌라, 전세사기에 경매시장서도 ‘눈물’

입력 2023-02-05 17:00수정 2023-02-0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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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매시장 내 빌라 외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입찰 물건 중 낙찰된 물건 수의 비율)은 전월 대비 두 배 가까이 반등했지만, 다세대 주택 낙찰률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속칭 ‘빌라왕’ 전세사기 영향으로 수요가 줄고, 시세가 하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사기가 집중된 서울 강서구는 낙찰률이 서울 평균 이하를 기록하는 등 기피 현상 심화가 포착됐다. 경매시장은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만큼 다세대 등 빌라 외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5일 본지 취재 결과 부동산 경매 전문 업체 지지옥션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다세대 주택 낙찰률은 14.3%로 집계됐다. 총 308건의 경매를 진행했지만, 낙찰 건수는 44건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다세대 주택 낙찰률은 12.0%(334건 중 40건)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빌라 경매시장 한파가 지속하는 셈이다.

이는 아파트 경매시장이 달아오르는 것과 정반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45.7%로 지난해 12월 15.4%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서울 아파트 경매는 지난달 116건 진행해 절반에 가까운 53건이 낙찰됐다. 지난해 12월 117건 중 18건만 낙찰됐던 것과 비교하면 수요가 대거 몰린 셈이다.

다세대 주택 외면은 평균 응찰자(경매 입찰에 응하는 사람) 수에서도 확인된다. 다세대 주택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해 10월 2.3명에서 11월 2명으로 줄었다가, 12월 2.8명, 지난달 3.1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 경매 응찰자 수는 지난해 10월 2.35명, 11월 3명으로 늘었고, 12월과 1월에는 각각 5명과 5.7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렇듯 경매시장 내 빌라 외면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빌라값 하락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전세사기 영향으로 해석된다. 전세사기 영향으로 빌라를 찾는 세입자가 줄자, 경매 시장에서도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응찰자가 줄어든 것이다. 전세사기가 집중된 서울 강서구의 다세대 주택 낙찰률은 11.7%로 서울 평균(14.3%)보다 낮다. 평균 응찰자 수 역시 2.9명으로 서울 평균(3.1명)에 못 미쳤다.

▲서울 시내 한 다세대 주택 모습. (연합뉴스)

실제 다세대 주택의 경매시장 내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31일 동작구 상도동 소재 A 다세대 주택 전용면적 30㎡형 한 가구는 감정가의 21% 수준인 5284만 원에도 유찰됐다. 서울중앙지법 경매1계에서 진행된 해당 경매 물건은 지난해 5월 17일 감정가 2억5200만 원에 처음 유찰된 뒤, 지금까지 9차례나 주인 찾기에 실패했다.

또 지난달 30일 서울동부지법 경매3계에서 열린 광진구 중곡동 S 다세대주택 전용 29㎡형 경매 결과, 감정가 3억2300만 원의 26% 수준인 8467만 원에도 최종 유찰됐다. 해당 경매는 응찰자도 단 한 명뿐이었다.

서울 내 빌라 외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아파트값은 하락 폭을 줄여가면서 반등 조짐을 보이지만, 연립과 다세대 등 빌라는 매매시장 내 수요 기피와 거래절벽 등으로 수요가 부진하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연립 및 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 102.3에서 12월 100.4로 하락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된 서울 서남권은 기준선(100) 이하인 99.4로 집계됐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전세사기 피해가 알려지면서 빌라 전세 수요가 대폭 줄었고,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한 경매 참가자들은 다세대 주택이 더는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사기에 따른 빌라 기피에 시세 하락도 이어지는 만큼 부동산 경기 반등 전까지 빌라시장 전체의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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