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교복의 체크무늬 디자인을 상표로 봐야할까

입력 2023-0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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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새해에 약 200개 학교에서 신입생 교복의 체크무늬가 사라진다. 전국 중고등학교가 5500여 개이니 대략 28개 학교 중 한 곳에서 올해 신입생은 교복만으로 선배와 구별된다. 영국 의류업체 버버리가 체크무늬 옷감으로 교복을 제작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상표 침해 중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교복 업체들은 체크무늬를 상표가 아니라 디자인으로 사용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교복업체를 대표해 한국학생복산업협회가 나선 결과다. 2023년부터 디자인을 변경하고 그 대신 판매된 교복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기로 하고, 전국 지역 교육청도 각 학교에 관련된 교복 디자인을 변경하라는 지침을 전달하였다. 그렇지만 이미 생산되어 유통업체가 보유 중인 교복에 대한 대책은 없어서, 멀쩡한 교복을 폐기하거나 유통을 위해 별도의 상표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버버리는 2018년 체크무늬의 흑백선 세로 방향 줄 여러 개 중 하나를 무지개색 선으로 바꾼 직물지와 이 직물 무늬를 이용한 셔츠, 모자, 스카프, 신발, 슬리퍼 등에 대해 디자인을 출원하여 등록받았다. 무지개색 선이 포함된 체크무늬는 2018년 이전에 없었기 때문에 버버리의 창작성이 인정되어 디자인권이라는 독점권을 획득한 것이다. 그러므로 무지개색 선이 포함된 체크무늬 옷감을 사용하면 버버리의 디자인권을 침해하게 되지만, 그 보호기간은 출원일로부터 20년인 2038년까지이고 그 뒤로는 누구든지 그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버버리가 무지개색 선이 포함된 체크무늬를 상표로 등록받는다면 디자인권이 소멸된 뒤에도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상표권은 10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버버리가 문제 삼는 체크무늬 도형 상표가 대략 이런 경로를 거쳤다.

디자인은 그 형상을 상표로 등록받으면 권리보호기간을 무제한 늘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디자인을 상표로 등록한 뒤 타인이 실시하는 디자인에 대한 상표권 침해판정은 엄격한 요건을 필요로 한다. 원래 디자인이었던 그 형상이 심미감과는 무관하게 상품의 출처표시로 쓰였음을 증명해야 한다. 체크무늬 옷감을 사용했지만 개별업체의 상표가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는 교복, 옷깃이나 소매에 장식으로 체크무늬를 사용한 교복 등은 존속기간이 만료된 디자인권과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한 제품이다. 교복에 체크무늬가 있으면 학생들이 버버리 제품이라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면 상표침해로 보기 어렵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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