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킹달러의 귀환, 환율 1500원까지 갈 듯/1차

입력 2022-09-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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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환율이 연일 급등하고 있다. 사실 환율은 이미 작년 5월 1일부터 거의 쉬지 않고 상승하고 있다. 작년 5월 1일 1100원에서 시작하여 현재 1450원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원화는 달러에 대해 이렇게까지 저렴하지(?) 않았다. 1500원을 향하는 환율의 고점은 어디일까?

환율의 미래를 예측해 보기 전에 잠시 고개를 돌려 환율의 과거사를 살펴보자. 먼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환율은 달러당 1962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연평균 환율은 무려 1398.88원이었다. 2000년 닷컴버블 때도 환율은 일시적으로 1300원 이상으로 치솟았으나 2001년 연평균 환율은 1290원에 그쳤다. 환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글로벌 금융위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환율은 꾸준히 상승하여 2009년 3월 2일에 달러당 1597원으로 환율 역사상 두 번째 최고치를 기록했다. 만약 이번 환율의 상승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올해 연평균 환율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22년 9월의 환율 수준이 일견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해 보이지만, 경제적 여건은 1998년이나 2008년과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2009년과 2022년의 중요한 차이점은 인플레이션이다. 2009년 당시에는 선진국의 물가는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폭락으로 안정되어 있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자산가격이 하락하여 전체 경제가 마비될 수 있어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이후 큰 디플레이션은 없었고 물가상승률은 2% 미만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사실은 먼 옛날의 전설처럼 들린다.

미국과 유로존 모두 현재 8%를 훨씬 넘는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1920년대 말에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독일은 인플레이션을 과도하게 두려워하게 되었는데, 이런 독일에서 8월 물가상승률은 40년 만에 처음으로 7.9%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제1차 석유파동 시기였던 1973년과 1974년 사이에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당시 물가가 많이 올랐다.

신인플레이션 시대는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시작되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가계의 소비 수요를 지원하였다. 통화가 과도하게 많이 풀린 것이다. 동시에 기업은 격리와 폐쇄 등의 방역정책으로 공급망이 무너지고 부품과 자재의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비용 상승과 제품 배송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게 갑자기 물가가 상승한 인플레이션을 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처음에는 당황하지 않았다. 당시 전문가들은 물가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매우 오랫동안 제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투자자를 안심시켰고, 기업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유지하였다. 인플레이션은 그 당시에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2월 파월은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연준은 먼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고 6월부터 양적긴축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연준은 6월, 7월, 9월에 연방기금금리를 각각 0.75%포인트씩 인상했다. 일련의 강력한 금리인상 조치는 시장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례적인 변화이다. 앞으로 한 번 더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75bp 인상)을 취할 거라고 예고까지 하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 경기침체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 연준이 내년까지도 통화긴축 정책을 지속할 의지를 표명한 만큼 원·달러 환율은 연말까지 1500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 고환율의 연결고리 중 가장 위험한 것은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커지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미 연준처럼 기준금리를 과감하게 올리지 않는다면 원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 차이를 활용한 차액거래로 자본유출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더구나 겨울을 앞두고 유럽의 에너지 위기, 부동산 위기로 인한 중국 경제의 둔화 등 여러 가지 불안 요인이 있어 환율은 당분간 계속해서 상승할 전망이다. 이래저래 추운 겨울에 대비하여 두터운 외투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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