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인력전쟁] "3000명 부족한데"…K배터리 인재 해외유출 속수무책

입력 2022-08-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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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스웨덴, 한국인력 잇따라 영입
핵심 인력 이탈 땐 기술도 유출
배터리 3사 근속연수까지 줄어
"인력난에 증설·물량 못 맞춰"

▲SK온 소속 연구원이 전기차 배터리용 셀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SK온)

#국내 배터리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최근 중국계 배터리 업체로 직장을 옮겼다. 더 나은 임금과 대우를 약속받았을 뿐 아니라 원자재 수급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중국 배터리 산업의 성장성을 높게 삼았다는 것이 이유다. 헤드헌팅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에서 해외 동종업계뿐 아니라 해외 완성차 업체로까지 이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면서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하는 기업으로의 자연스러운 이직”이라고 말했다.

1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해 보면 최근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국내 배터리 업체의 핵심 인력 유출도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업계 인력이 국내 유관업계뿐 아니라 해외 관련 업계로 빠져나가면서 인력난의 가속화가 전망된다.

배터리 인력 유출 가속화의 시작점은 2019년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이 수년간 배터리 영업비밀과 특허기술 침해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던 시기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전 세계 배터리 업계 1위인 CATL을 비롯해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경쟁력 높은 한국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인력 유출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업체 엔지니어 다수를 영입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노스볼트로 이직한 퇴사 직원 3명에 대해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걸고 승소하기도 했다.

인력 이탈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는 ‘근속연수’다.

배터리 3사가 각각 공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I의 평균 근속연수는 지난해 말 기준 11년 6개월에서 올해 1분기 11년 3개월, 2분기 11년 5개월로 줄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말 7년 5개월에서 올해 1분기 7년 1개월, 2분기 7년 3개월로 줄었다.

SK온은 비상장사로 별도 근속연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의 근속연수는 지난해 상반기 8년 6개월에서 올해 상반기 11년 7개월로 37개월가량 늘었다. SK온이 지난해 10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분사한 것을 고려했을 때, 배터리 부문이 그동안 근속연수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54조 원에서 2030년 약 411조 원으로 10년간 8배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지산업협회 조사 결과 국내 배터리업계 전체 부족 인력은 석·박사급 연구·설계인력 1013명이다. 학사급 공정인력 1810명까지 포함하면 3000명을 훌쩍 넘는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실제로 최근 경쟁사인 유럽, 미국의 배터리·완성차 업체로 인력 유출이 심해졌다”며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도 버거워서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공장 증설이나 물량 증가를 커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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