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최전선①] 연 1500톤 대체육 생산 농심 안성공장…"지구도 살리고 시장도 잡는다"

입력 2022-06-28 05:00수정 2022-06-28 10:17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식량 위기가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류 최대 위기’로 불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 개개인의 환경보호 활동도 중요하지만, 거대한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기술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이투데이는 전 세계적 기후위기에 대응해 산업 최전선에서 인류의 미래를 구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앞장 선 기업들을 찾아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하겠습니다. 편집자주

태경농산 대체육 공장 자동화율 80%…핵심 생산설비도 기술도 자체 개발

▲23일 경기도 안성 태경농산 공장에 자리잡은 대체육 생산라인. 대체육 생산라인 자동화율은 80%에 달한다. (사진제공=농심)

23일 찾은 경기도 안성의 태경농산 공장. 농심 계열사인 태경농산 공장은 이른 오전부터 대체육 생산라인의 가동 준비를 마쳤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대체육 개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생산라인은 대체육뿐만 아니라 대체육으로 만든 함박스테이크, 떡갈비 등도 양산한다. 농심 관계자는 “대체육 관련 제품까지 감안하면 생산 규모는 1500톤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이 시작됐지만 생산라인에는 직원이 2~3명뿐이었다. 대체육 제품이 만들어진 후 포장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작업이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역할은 생산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는지 확인하는 정도였다. 농심 관계자는 “대체육 공장 자동화율은 80%에 달한다”고 했다.

대체육 생산라인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대체육 제조 기술인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MMA) 설비가 적용됐다. HMMA 설비는 농심 연구원들이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농심은 해외에서 이미 만들어진 설비를 그대로 도입하기를 거부했다. 스스로 설비를 제조할 수 있어야 농심만의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3일 방문한 경기도 안성 농심 태경농산 공장. (사진제공=농심)
대체육을 만드는 과정에도 농심의 자체 기술력이 적용됐다. 대체육을 만들 때는 콩 단백질 분말을 고온고압으로 성형 틀에 통과시켜 뻥튀기처럼 뽑아내는 원리가 응용됐다. 이후 냉각 과정을 거치면 대체육에 고깃결이 생긴다. 농심 관계자는 “일련의 과정이 농심의 ‘바나나킥’ 같은 스낵을 만드는 원리와 흡사하다”며 “고온고압에서 재료 맛과 향을 유지하는 등 사출 기술을 일부 접목해 대체육 제조 설비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어떤 공장보다도 위생 및 청결에 더욱 각별히 신경 썼다. 유홍훈 농심 식재개발실 상무는 “대체육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글로벌 선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반도체 공장만큼의 위생 및 청결도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2017년 신동원 회장 주도로 대체육 연구 시작

▲신동원 농심 회장 (사진제공=농심)

농심이 대체육 사업을 시작한 건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동원 농심 회장(당시 부회장)은 전세계적으로 채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임직원들에게 대체육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비욘드 미트’ 등으로 대표되는 대체육 개발 업체들이 주목받고 있었다.

우리도 대체육 연구를 본격적으로 해야 합니다.
일부 직원들은 반신반의했다. 오랫동안 대체육을 연구한 글로벌 기업 제품과 견줄만한 상품을 단기간에 내놓기 어렵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국내 채식 인구가 미미했던 점도 불안 요인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대체육 사업에서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웠다. 1984년 처음 출시된 ‘짜파게티’에 콩고기가 들어가 있는 등 이미 대체육을 생산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비건 시장 전망 밝아...“2040년 대체육이 육류시장 60% 차지할 것”

당시 신동원 회장이 대체육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더 중요한 배경에는 전세계적인 기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안성 공장에서 만난 유홍훈 상무는 “최근 전세계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축산업이 발달했고 이로 인해 환경 오염 및 탄소 배출 문제가 발생한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대체육”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환경적 요건으로 인해 비건 식품 시장의 전망은 밝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5년 4조2400억 원에서 지난해 6조1900억 원까지 성장했다. 내년에는 7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대체육이 2040년 전세계 육류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망은 밝지만 농심이 대체육 제품을 내놓기까지는 힘든 과정을 거쳤다. 자체 기술만으로 완벽한 대체육을 만들고자 소비자 시식과 평가를 반영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20여 곳의 국내 유명 비건 레스토랑에서 제품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신 회장의 뜻대로 뚝심 있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 5년이 지난 현재 농심은 연간 총 1500톤의 대체육을 양산하는 생산라인을 갖추게 됐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해외에 수출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신 회장의 예측이 결국 적중한 셈이다.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 수출…대체육 사업서 1000억 원 매출 올릴 것”

“비건 레스토랑 재료를 전부 감당할 수 있는 회사는 농심이 유일하다.” 유 상무는 농심 비건 사업의 특장점을 이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작년에 처음 출시된 농심의 대체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은 식물성 대체육은 물론 대체육으로 만든 조리냉동식품, 편의식, 만두 등 40여 개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대체육에는 소고기, 돼지고기는 물론 닭고기도 있다. 유 상무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대체육 전문 회사는 많지만 이들은 계란, 고기, 치즈 등 여러 제품 중에서 한 분야에만 집중하는데 비해 농심은 차별화된 대체식품을 생산하고자 다양한 품목의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비건 레스토랑 재료를 전부 감당할 수 있는 회사는 농심이 유일합니다."
농심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치킨 맛을 찾고자 2년 간 연구를 진행했을 정도다. 오랜 연구 결과 농심은 닭속살의 찢어지는 결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여러 대체식품 중에서 유 상무가 자신 있게 소개한 제품은 ‘식물성 치즈’이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 널리 판매되는 식물성 치즈는 단백 함량이 적은데 농심은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농심은 치즈가 가진 단백 함량 10% 이상을 맞추고자 식물성 단백 발효 기술과 효소 분해 기술 등 보유한 발효 연구 기술을 최대로 활용했다.

뛰어난 품질과 맛 덕분에 ‘베지가든’은 이미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 진출했다. 최근에는 태국에서 농심 베지가든을 선보였다. 유 상무는 “미국에서도 농심 베지가든에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업체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심은 지금까지 이룬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차별화된 제품을 계속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해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도 2008년 15만 명에서 지난해 250만 명으로 급증했다.

▲농심 유홍훈 상무가 23일 경기도 안성 태경농산 공장에서 "대체육 관련 사업에서 중장기적으로 1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사진제공=농심)
유 상무는 “농심 제품이 미국, 유럽의 대체육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라며 ”중장기적으로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비건 시장 성장세에 맞춰 대체육 관련 시장에서 농심이 1등을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자신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