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혼란 부르는 다중가격 현상…“세입자들 셈법 더욱 어려워졌다”

입력 2022-0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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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은마아파트 9.2억 vs 6억
송파 헬리오시티 12억 vs 7.4억
동일면적·비슷한 층도 '천차만별'
세입자 "정확한 시세파악 어렵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동일 아파트 동일 면적인데도 전세 보증금이 크게 차이가 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규·갱신 등 계약 종류에 따라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차이가 난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임대차법 시행 2년이 지나는 만큼 보증금을 크게 높여 나오는 매물들이 대거 등장해 이러한 전세 다중가격 현상이 짙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세입자들의 셈법만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이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형 6층 내 2가구가 지난달 9억2000만 원과 5억9850만 원에 각각 신규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 또 해당 아파트 같은 면적인 7층은 이보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계약갱신청구권(갱신권)을 사용해 6억6150만 원에 거래됐다. 한 달 새 동일 아파트 동일 면적의 전세 보증금이 적게는 6300만 원에서 많게는 3억2150만 원가량 차이가 난 셈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아파트 전용 84㎡형 23층은 지난달 12억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아파트 같은 면적인 25층은 지난해 11월 갱신권을 사용하면서 7억3500만 원에 계약이 갱신됐다. 갱신권 사용 여부에 따라 4억6500만 원 차이가 났다.

2020년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후 이른바 전세 다중가격 현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통상 세 종류 사례로 나타난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먼저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한 경우다. 이 경우 보증금 상한 제한이 없어 보통 가장 높은 전셋값을 지불한다. 두 번째는 기존 세입자가 갱신권을 사용해 재계약을 맺는 경우다. 갱신권을 사용하면 보증금을 5% 이내로 올리기 때문에 보통 가장 낮은 전셋값을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세입자와 집주인이 재계약을 하지만 갱신권을 사용하지 않고 합의하는 경우다. 집주인이 실입주하지 않는 대신 기존 세입자와 보증금을 적정선에서 합의하기 때문에 통상 중간 수준에서 보증금이 책정된다.

다만 최근엔 전세자금 대출까지 막히면서 전세 매물은 쌓이는데 수요가 급감하자 전셋값이 하락하고 신규 계약이 갱신 계약보다 가격을 낮추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 79㎡형은 지난달 보증금 3억1500만 원에 신규 계약됐다. 해당 아파트 같은 면적은 지난해 11월 3억2500만 원에 갱신 계약된 바 있다. 1000만 원 하락해 신규 계약된 셈이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T공인 관계자는 “최근 거래되는 전셋값이 천차만별이 되다 보니 세입자로선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새로운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여러 가격대로 나뉘면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는 7월부터 또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며 “이제는 규제보다는 공급으로 접근해야 시장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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