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외로움도 집값도 해결하기 어려운 1인분의 삶…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입력 2021-09-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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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집과 회사를 묵묵히 오가는 진아(공승연 분)는 1인가구 청년의 전형적인 일상을 보여준다. (네이버 영화)

인간 관계를 단절한 채 하루하루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는 진아. 딱히 연락하는 친구도 없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도 데면데면하다. 회사에서도 동료들과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붙임성있게 다가오는 후배에게도 벽을 친다.

그러던중 옆집에 살던 남자가 고독사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진아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언론이 그에게 붙인 별명은 '히키코모리', '포르노에 깔려 죽은 남자'.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Aloners, 2021)이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주인공 진아(공승연 분)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대다. 콜센터 직원으로 온갖 진상 고객들의 전화를 받으며 고단한 갑질을 버티고, 점심도 혼자 먹는다. 주변 사람 모두에게 벽을 치는 모습이 유별나긴 하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대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7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31.7%가 1인 가구다. 서울은 그보다 많은 34.9%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2047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약 37.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도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1코노미'이다. 김난도 교수는 지난 2017년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1코노미'를 꼽았는데, 2021년 현재 1코노미는 트렌드를 넘어 당연히 따라야 할 대세가 됐다.

▲옆집 남자의 고독사 이후, 새로 이사 들어 온 성훈(서현우 분)은 특유의 붙임성으로 진아에게 먼저 다가간다. (네이버 영화)

영화 속에서 외롭게 세상을 떠난 옆집 남자(김모범)의 사연도 특별한 서사가 아니다. 2016년 1820명이던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2880명으로 58% 증가했다. 40~60대 남성의 비율이 높지만, 10~30대 청년 고독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4인 가구 중심이었던 기존 복지 체계를 바꾸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1인 가구 관련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1인 가구 포털'을 내놓았고, 여성가족부는 14일 1인 가구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1인 가구 사회관계망 지원 등 보편적 가족 서비스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진아는 집안에만 갇혀사는 '은둔형 외톨이'는 아니지만, 고단하고 버거운 일상을 견디며 상처받지 않고자 주변에 벽을 친다. (네이버 영화)

1인 가구의 가장 큰 경제적 어려움은 주거 비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관내 1인 가구의 주거 관련 지출은 전체 지출의 39.2%에 이른다. 그동안 1인 가구가 신혼 부부나 자녀가 있는 4인 가구에 비해 각종 부동산 정책의 혜택에 소외된 탓이다. 특히 아이 셋을 낳아야 청약 가점 만점을 받을 수 있는 현실에서 평범한 1인 가구의 부동산 마련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오는 11월부터 1인 가구나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 월 소득 965만 원 넘는 맞벌이 부부에게도 주택 청약 당첨의 기회가 열리게 됐다. 정부가 민영주택의 신혼부부·생애 최초 특별공급 물량 중 30%를 소득 요건을 안 보는 추첨제로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물량이 부족해 1인 가구의 어려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진아는 감정노동을 못견디고 퇴사한 후배 수진(정다은 분)에게 미안하다고 작별 인사를 건네며 조금씩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연다. (네이버 영화)

영화는 ‘무조건 함께 살아야한다’는 교과서적인 교훈을 주입하지도, ‘혼자가 최고다’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모두가 혼자인 각박한 현실에 조금만 균열을 내겠다고 말한다. 서로가 조금씩 주변을 살피고 돌아보는 삶이다. 적어도 누군가 홀로 외롭게 죽는 일은 없도록 말이다.

옆집 남자가 고독사한 이후, 새로 이사 온 성훈(서현우 분)은 앞서 세상을 떠난 사람을 위해 제사를 지낸다. 진아의 직장 후배 수진(정다은 분)은 콜 센터 일을 못 견디고 퇴사하지만, 그의 빈자리는 그동안 주변에 벽만 치던 진아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진아는 혼자인 삶과 주변인과 함께 어울리는 삶 중간에서 접점을 찾아간다. 회사 선배에게 "정리되면 밥 한번 먹자"고 먼저 말할 정도로 주변에 마음을 연다. 혼자서 살아야 하는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더 나은 1인 가구의 삶을 위한 접점을 찾는 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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