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한다는 남양유업…무리수에 거센 역풍

입력 2021-04-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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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의 발효유 '불가리스'가 때아닌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덕분에 남양유업의 주가는 14일 오전 한때 28.68% 오른 48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상한가 직전까지 갔다. 전날 남양유업에서 자사의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서다.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자 실제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 "불가리스,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 주장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분석 방법은 미국의 바이러스 성능 평가를 위한 테스트 표준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의료기기용 바이러스 유효성 평가 때 사용하는 방법(Plaque assay)을 사용했다는 게 박 소장의 설명이다.

불가리스는 1991년 출시 후 30년 넘게 장 발효유 판매량 1위를 지키는 남양유업의 대표적인 브랜드다. 누적 판매량만 30억 병 이상에 이른다. 남양유업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1회 음용량(150mL)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ㆍ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됨"이라고 밝혔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출처=남양유업 제공)

질병당국, 코로나19 예방 효과에 부정적…"실제 효과 예상 어려워"

그렇다면 정말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을까? 질병당국과 전문가들은 부정적이다.

질병관리청은 불가리스 관련 연구 결과에 대해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며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에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해당 연구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라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남양유업 측이 이번에 연구 조사에 사용한 연구 기법은 'ASTM E1052-11' 방식으로, 미국의 바이러스 성능평가 테스트 표준 방식이다. 이 방식은 국내에서도 의료기기나 손세정제와 같은 소독제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즉, 남양유업이 사용한 연구 방식은 식품 섭취 효과보다 특정 물질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평가할 때 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양유업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1회 음용량(150mL)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COVID-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됨"이라고 밝혔다. (사진출처=남양유업 제공)

"잘못된 정보로 방역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발표"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잘못된 정보로 방역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발표"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예방접종피해조사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4일 방송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코로나19 약물 연구를 여러 번 했는데, 결과를 이렇게 발표하면 안 된다. 연구자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세포나 실험관 안에서 효과가 있었던 약물은 수백 개가 넘고, 그중 실제로 (인체에) 효과가 있었던 약물은 거의 없었다"면서 "이렇게 회사에 직접적 지원을 받은 실험 결과를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대서특필하진 않는다. 올바른 과학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렇게 발표하면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심어줄 수 있고 잘못된 정보가 방역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13일 전날 대비 8.57%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던 남양유업은 14일 논란에 급등 후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남양유업 주가, 급등 후 하락 마감…자본시장법 등 위반 소지도 존재

한편, 13일 전날 대비 8.57%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던 남양유업은 14일 논란에 급등 후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남양유업은 전날보다 5.13% 내린 36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전날보다 17.11% 뛰어오른 44만5000원에 시작해 장 초반 28.68% 급등한 48만9000원까지 오르며 상한가에 근접했으나, 이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의 이번 발표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투자자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측면에서다. 자본시장법은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등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에 대해 불공정거래 중 하나인 부정거래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남양유업의 이번 발표를 놓고 증권업계에서는 의심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해당 내용을 발표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60)이 현재 남양유업의 미등기임원이어서다. 박 소장은 연구개발본부장을 거쳐 현재 중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을 내부 임원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발표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남양유업의 이번 발표가 광고행위로 판단될 경우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남양유업의 발표가 식품표시광고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표시광고법은 식품에 대해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나 광고행위가 있는 경우 최대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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