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 반도체 부족에 줄줄이 공장 가동 중단

입력 2021-01-1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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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美 켄터키 공장 이어 獨 자를루이 공장도 멈춰
코로나 확산·기술 고도화로 품귀 현상 심화
아우디도 공장 가동 중단에 1만 명 직원 무급휴직
중국이 직격탄 맞을 듯

▲독일 드레스덴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지난해 9월 23일 한 노동자가 e-골프를 생산하고 있다. 드레스덴/EPA연합뉴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잇달아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전기자동차 개발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높아진 영향으로, 중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1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포드는 이날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독일 자를루이의 공장을 가동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자를루이 공장은 유럽 내 인기 모델인 포커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약 50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포드 대변인은 “우리는 상황을 살펴보고 생산 일정을 조정해 유럽 전역의 직원과 공급 업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유럽 내 다른 생산 공장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포드는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 독일 자를루이 공장 가동 중단은 반도체 품귀 현상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품귀 현상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다.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자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과 게임 등 IT 기업에 반도체를 재할당했는데, 예상보다 판매량이 많이 줄지 않았다.

운전자 지원 시스템 등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차 한 대에 필요한 반도체가 늘어나는 것도 반도체 품귀 현상의 원인이다. 평균적으로 차 한 대당 50~150개의 반도체가 필요해 업계는 칩 확보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품귀 현상을 겪는 것은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올해 1분기 중국과 북미, 유럽의 생산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폭스바겐 골프와 스코다, 아우디 모델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폭스바겐의 1분기 생산량이 10만 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4%가량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아우디는 이날 독일과 멕시코 공장의 가동을 중단해 직원 1만 명이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A4세단과 A5카브리올레를 생산하는 독일 네카르줄름 공장은 29일까지 가동이 중단된다. 아우디의 대변인은 “상황 개선은 반도체 산업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마르쿠스 뒤스만 아우디 경영이사회 의장은 “생산량 감소를 1만 대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은 멕시코 톨루카의 공장의 가동 중단 기간을 연장하고,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을 추가로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도요타는 12일 중국 광저우 공장과 미국 텍사스 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닛산과 혼다, BMW, 제네럴모터스(GM) 등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반도체 품귀 현상은 자동차 업계가 전기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시기에 터진 것이라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가의 연구기관인 번스타인리서치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15% 감소하고 올해 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부족으로 회복세가 위험에 처해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전기자동차 스타트업이 많아 특히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IHS마킷은 유럽과 북미, 일본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생산 수준이 이번 분기 내에 기존 목표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풀더프 IHS마킷 이사는 “중국 제조업체들은 1분기에 약 25만 대의 생산 감소를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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