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축률 상승이 달갑지 않은 3가지 이유

입력 2020-11-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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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올 가계저축률 10% 넘길 듯 ‘IMF위기후 최고’..잃어버린 일본 전철 밟을수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되고 첫 주말인 22일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기준 닷새째 300명대로 집계됐으며, 정부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최근 가계저축률 상승이 달갑지만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이같은 경향이 고착화할 경우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을수 있다고 봤다. 통상 저축률이 상승하면 기업 조달자금이 늘고, 연구개발(R&D) 등 투자로 이어지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29일 이용대 한국은행 조사총괄팀 과장 등이 발표한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가계저축률 상승 고착화(level-up) 가능성’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가계 순저축률은 10%를 넘길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추정이 현실화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래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1998년 20.4%, 1999년 13.4%). 가계 순저축률은 2015년 8.4%로 단기고점을 기록한 이래 지난해 6.0%까지 4년째 하향안정화하고 있었다.

이같은 상승세는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감염우려 등으로 여행, 숙박·음식과 같은 대면서비스 부문에서 소비가 크게 위축된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정도가 심했고, 이동제한조치가 강력했던 국가들의 저축률이 크게 상승했다. 미국(개인저축률)은 지난해 7.5%에서 올 2분기 25.7%로 급증했고, 유로지역(가계저축률)도 같은기간 12.9%에서 24.6%로 껑충 뛰었다. 특히 미국은 올 4월중 33.6%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석유파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17%대까지 오른것에 견줘보면 이같은 오름세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다.

보건위기라는 비자발적 소비제약이라는 일시적 요인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감염병 확산이 진정되면 억눌렸던(pent-up) 소비가 살아나는 소위 보복소비로 가계저축률 상승이 어느 정도 되돌려 질 것으로 봤다.

반면, 위기 과정예서의 예비적 저축 증가, 위험회피 성향 심화 등 경제주체들의 행태 변화를 반영하고 있어 높아진 저축률을 단기에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경기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미래 예상소득 감소와 △가계의 신용제약 증대 △소득불평등 심화를 이유로 가계저축률 상승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봤다.

즉, 고용·소득부진이 장기화하고 정부지원도 줄어들 경우 예비적 저축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경제 전반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면서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워지면 현재의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또, 저소득층 소득이 더 크게 감소해 저축성향이 높은 고소득층 소득이 전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저축성향이 상승하는 소위 구성효과가 발생한다.

보고서는 이런 가계저축률 상승이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투자부진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가계저축률 상승이 고착화할 경우 가계에 대한 지원이 소비보다는 저축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내수부양 정책 효과가 1990년대 일본 사례처럼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또, 저성장·저물가·저금리가 새기준(뉴노멀·New normal)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대 과장은 “가계저축률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는 구조적 요인들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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