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출근길에 지하철을 탄 직장인 안현철(가명) 씨는 마스크를 위로 바짝 올려 다시 착용했다. 옆 사람이 수시로 마스크를 내리며 커피를 마셨기 때문이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뒤 곧바로 마스크를 착용해 직접적으로 불안감을 나타내거나 민원을 넣기도 모호했다. 안 씨는 "코와 입을 막고 마스크를 쓰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음료를 마시는 행위가 말이 되느냐"며 "종종 음식을 먹는 사람도 눈에 띄는데 단속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일부 시민이 지하철에서 음식물을 섭취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 내 음식물 섭취와 관련한 규정이 없어 이를 처벌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내 음식물 섭취와 관련한 민원은 매년 약 1000건에 달한다. 시내버스는 유사한 불만이 쏟아지자 2018년 1월부터 냄새나거나 쏟아질 수 있는 음식물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지하철은 특별한 규정이 없다. 철도안전법 47조에 따르면 흡연이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동,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나 열차 밖으로 물건을 던지는 행위는 금지된다. 하지만 취식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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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일부 시민은 이동하면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섭취한다. 지하철 타는 곳에서는 빵이나 김밥 등 간단히 식사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홍지현(가명) 씨는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는데 짧은 시간이라지만 '턱스크'를 한 채 음식을 먹는 사람이 가끔 보인다"며 "음식물을 섭취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은 물론 단속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비말이 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민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한 여성이 신분당선 안에서 컵라면을 먹는 모습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다. 이 여성이 라면을 다 먹은 뒤 유부초밥까지 꺼내 먹었다는 목격담까지 나왔다. 당시 함께 탔던 승객은 "소고기 라면이 진동했다"며 "광고를 찍는 줄 알았다"고 술회했다.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단속이 쉽지 않은 만큼 서울교통공사는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규정이 없더라도 음식물 섭취 타인에게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고, 코로나19 시국에 마스크를 내리는 행위는 방역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교통 수단에서 음식물 섭취 시 퇴거 조치를 내릴 수 있다"면서도 "벌금을 물릴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 의무화 명령도 위반하는 일인 동시에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음식물 섭취를 자제해달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해외처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는 유료 통근 열차 승차장에서 음식물을 먹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홍콩과 대만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28만 원, 싱가포르는 40만 원 정도의 벌금을 물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법이나 규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도 "코로나19 상황인 지금만이라도 최소한의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