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바이든 시대 한국車…득실 따져보니

입력 2020-11-09 16:00수정 2020-11-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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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추진
느슨해진 연비 규제 강화하고 친환경차 장려
전기차 시대 도래해도 미국산 우선주의 우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가 승리했다. 당선인은 취임 초반부터 ‘트럼프 행정부 정책 뒤집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먼저 동맹 복원 등 외교관계 '정상화'가 예상된다. 인수위원회 역시 이를 구체화할 대안을 마련 중이다. 로이터를 포함한 외신에 따르면 인수위는 내년 1월 취임 즉시 이를 실행할 예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복수의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계열사별로 매일 미국 동향 정보를 취합하고, 이를 정의선 회장에게 보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국 미시간주 워런의 전미자동차노조(UAW) 1지구 본부에서 선거 유세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바이든 유세 무대 주변을 포드와 쉐보레 픽업 트럭 등이 둘러싸고 있다. (AP/뉴시스)

◇바이든 행정부 인수위 과제 절반이 車 관련

8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 인수위 홈페이지를 보면 바이든 당선인은 최우선 대응 과제로 △코로나19 극복 △경제회복 △인종적 형평성 △기후변화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한 항목이 두 가지나 된다.

먼저 기후변화와 관련,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한다. 이를 시작으로 국제사회와 동맹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인수위는 강조한다.

바이든 후보 역시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번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공식적으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정확히 77일 안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비도 정책을 앞세워 강화한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 시절 2026년 목표치는 1갤런당 47마일, 즉 1ℓ당 19.7km 수준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까지 매년 5%씩 높아지게 되어있던 연비 규제를 매년 1.5% 수준으로 낮췄다.

규제 완화에 따라 2026년까지 승용차와 트럭ㆍSUV는 1갤런(약 3.8ℓ)당 평균 40마일(약 64.3㎞)을 달리면 됐다. 우리 식으로 환산하면 1리터당 약 16km 수준이다.

미국에서 최근 대배기량 픽업트럭과 대형 SUV가 인기를 끈 것도 이 정책이 배경이다. 여기에 바닥을 찍었던 국제유가도 한몫했다. 결국, GM과 포드, 나아가 FCA를 포함한 미국의 빅3가 수혜를 입었다.

바이든 후보가 취임하면 연비 규제를 오바마 행정부 목표치 수준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연비 규제가 강화되면 한국차는 오히려 유리해진다. 2008년 리먼 쇼크 직후 미국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비와 품질이 좋은 한국차가 인기를 누린 것도 이런 배경 덕이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친환경차 기술력이 일본 수준에 올라선 만큼, 연비 규제 강화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시작으로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테슬라 전기차의 충전 모습. (출처=뉴스프레스UK)

◇자국산 자동차 산업 보호는 경계 대상

우리 나이로 79세인 바이든 당선인은 4년 뒤 재선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의 개혁 성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뚜렷하다. 이 때문에 첫 여성이자 흑인 부통령으로 당선된 해리스 당선인에게 관심이 쏠린다. 벌써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힘을 보탰던, 이른바 ‘러스트 벨트’의 부흥도 '포스트 바이든'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필수다.

이른바 '러스트 벨트'는 미국 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다. '러스트'는 영어로 녹을 뜻하는데 한때 부흥했던 공장설비가 쇠락해 녹이 슬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부 뉴욕과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버지니아, 미시간, 일리노이 등을 칭한다. 과거 자동차와 철강 산업 등이 활황을 보였던 곳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흥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바이든 당선인이 GM과 포드 등으로 점철되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활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비규제를 포함한 친환경차 전략을 추진하되 미국 메이커의 이익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2026년까지 1리터당 약 19.7km를 연비 규제로 삼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16km 수준까지 낮췄다. 바이든 행정부가 연비 규제를 오바마 시절처럼 강화하면 친환경 하이브리드 제품전략에서 앞서고 있는 한국차와 일본차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기아차)

◇친환경 전기차 수혜? 마냥 긍정적 기대는 금물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친환경 전기차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에 대해 우려도 나온다.

앞서 이번 미국 대선 직전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식을 집중 매수한 것도 이런 기대치를 반영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2~6일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6877만 달러(약 771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기간 해외주식 순매수액으로 최대 규모다.

국내 증권사를 통한 해외주식 결제는 매매 2~3일 이후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투자자들이 실제로 테슬라를 순매수한 건 10월 마지막 주였던 것으로 점쳐진다.

테슬라 주식에 관심이 폭증한 것은 선거 전 당선이 유력했던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친환경’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미국 민주당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을 펼 경우, 친환경 차량을 만드는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투자자들은 평가한 것이다. 테슬라 주가는 이달 들어 10.8% 상승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든=친환경차 부흥'이라는 등식은 절반은 맞되 나머지 절반은 경계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정부의 친환경차 드라이브는 환경 정책이라기보다 오히려 산업 및 일자리 정책의 성격이 짙다고 해석 중이다.

예컨대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를 지키고, 자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뜻이다.

자동차 관련 통상 정책에서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일자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을 게 자명하다. 현재 지금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차가 친환경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친절하게도 한국차를 위해 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 확대 등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런 정책이 자국산 제조사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민주당 정권의 지속성을 위해 UAW(전미자동차노조)의 지지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사진제공=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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