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2021학년도 수능 부적은 ‘명문대’ 아이돌 포카

입력 2020-1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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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차은우 포카(포토카드) 원합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이돌 포카’ 요청 트윗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모두 비슷한 포카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한데요.

성균관대 차은우(아스트로), 경희대 김인성(SF9), 건국대 김석진(방탄소년단), 동국대 강영현(데이식스).

알아차리셨나요? 내 최애돌이 다니는 ‘인서울’ 학교. ‘인서울’에 성공한 최애 아이돌. 그 아이돌이 박힌 ‘포토카드’가 ‘수능 부적’이 되고 있습니다.

‘인서울’에 성공한 최애 아이돌의 얼굴이 담긴 포토카드를 소중히 소지하면, 나도 그 대학에 ‘떡’하니 붙을 것 같은 이 믿음. 그 어떤 종교보다 크나큰 힘이 돼주고 있는데요.

굳이 졸업생이 아니더라도 됩니다. 3일을 다니고 자퇴했거나 혹은 학업을 마치지 못했더라도 다 상관이 없습니다. 그 학교를 스쳐 지나가면 그 또한 부적이 됩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이제는 디테일한 ‘성적’ 위주 포카 구매도 등장했습니다. 그룹 베리베리 멤버 이동헌 군이 대표적인데요. 현재 동헌 군은 ‘수능 부적’ 사이에서 ‘국어 동헌’으로 불립니다. 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에서 딱 1문제만 틀렸다는 ‘영웅담(?)’이 퍼졌기 때문인데요. 동헌군은 실제로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에 합격했다고 전해졌죠.

물론 까다로운 고객님들도 있습니다. 재수, 삼수 등 n수와 자퇴는 제외하고 오로지 현역만 원하는 이들인데요. 신중히 구매하는 만큼 제품이 확실하면 ‘쿨거래’로 이어집니다.

아이돌의 앨범이나 각종 콘서트 굿즈에 ‘포토카드’가 포함되면서 이런 ‘수능 부적 포카’도 생겨났는데요.

그렇다면 이전 ‘수능 부적’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전교 1등의 머리카락, 여학생의 방석 등 머나먼 ‘조상님’들의 과거를 뒤로하고, 자리 잡은 ‘우유’도 시대를 풍미한 수능 부적입니다.

서울우유를 마시면 서울대로, 연세우유를 마시면 연세대로, 건국우유를 마시면 건국대에 합격한다는 매우 ‘족보 있는’ 부적이었죠.

실제 연세우유와 건국우유는 대학교 산하에서 제조하는 ‘순혈 우유’인 탓에 수험생들은 더 열광했습니다. 서울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서울우유는 때 아닌 특수에 웃음 짓기도 했고요.

‘꿀떡꿀떡’ 남김없이 우유를 삼킨 그들은 원하던 그 대학에 합격했을까요? 정말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수능 부적’은 아무래도 간직하는 것이 포인트겠죠? 90년 후반~2000년 초반을 휩쓴 ‘S’ 엠블럼 모으기. 일명 ‘오나타’ 사건입니다.

현대자동차 차종인 ‘쏘나타’ SONATA에서 S만 도난당하는 일들이 벌어졌는데요. 하루아침에 쏘나타가 아닌 오나타를 몰게 된 차주들의 황당 사연이 전국 곳곳에서 쏟아졌습니다.

쏘나타의 S 엠블럼을 가지면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진 탓인데요. 어김없이 수능 시즌이 되면 전국의 쏘나타들이 오나타로 변신해버렸죠.

특히 ‘쏘나타Ⅲ’ 모델이 대표적인 피해를 보았습니다. 해당 모델은 알파벳 하나하나가 분리되어 있는 데다가 부드러운 고무재질로 돼 있어 손톱으로 떼어내기에 매우 용이했기 때문인데요. 마지막 글자인 로마숫자 Ⅲ(3) 또한 대한민국 3대 명문대, 수능 300점(당시 서울권 명문대 합격에 충분한 점수)을 넘는다는 뜻이 어느 순간 담겨 자취를 감춰버렸죠.

이런 이유로 현대자동차 측은 이후 출시된 쏘나타 모델들은 플라스틱 형식으로 재질을 바꿔 쉽게 떼어내지 못하게 했습니다. 또 1997년과 1999년에는 S와 Ⅲ이 뜯긴 차량을 대상으로, 이를 수리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죠.

웃지 못할 사연들이 담긴 ‘수능 부적’은 시간이 흘러, 현재는 ‘포토카드’에 안착한 상태입니다. 이후에는 또 다른 부적들이 새삼스레 바뀐 시대를 보여주게 되겠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어느새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로 봄학기부터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그야말로 ‘말 많은’ 수능이 아닐 수 없는데요.

무엇보다도 등교와 원격수업을 오가는 고3 수험생들이 가장 심란할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복잡하고 불안한 마음을 잠시 잊게 해줄, 격려를 가득 담은 ‘응원 부적’을 살포시 건네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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