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인중개업] 다시 불거진 복덕방 '멸종론'…또 머리띠 동여맨 중개업계

입력 2020-10-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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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커질 때마다 극렬한 반발 나서…시장에선 "머리띠 아닌 허리띠 동여매고 자정해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한 공인중개소에 부동산 거래 매물이 걸려 있다.

정부가 공인중개사 없이 부동산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소식에 중계업계가 들고 일어났다. 시장에서 공인중개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와의 갈등이 점차 가중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공인중계업계가 위기감을 인식하고 변화한 환경에 맞춰 서비스의 질을 올리는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사건의 발단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자료에 담긴 문구에서 비롯됐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19개 분야 블록체인 활용 실증’ 내역이 담겼다. 기재부는 이 사업에 13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항목이 포함됐다.

공인중개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가 공인중개사의 역할을 빼앗아 일자리를 잃게 만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키웠다.

정부는 진화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주택 중개 때 편의를 높이기 위한 가상현실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완전히 중개사가 필요 없는 거래 환경을 만드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중개사 없는 주택거래 시스템에 대해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검토 중인 것은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종이 서류로 된 토지대장 등을 쓰지 않고 데이터를 연계해 공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진화 노력에도 업계에 불붙은 반발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해명했는데도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중개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정부의 계속된 규제로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집값과 전셋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중개사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며 비난 수위를 높이는 양상이다. 중개사들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정부의 공식입장이 나올 때까지 반발 움직임을 이어갈 태세다.

과거부터 이어진 중개업계 위기…전문가들은 "자정 노력 필요하다" 지적

앞서 중개업은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등’ 중개수수료를 크게 낮추려 했던 ‘트러스트 부동산’ 등으로 위기를 겪으며 현 체재를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으로 이어져 왔다. 현재는 코로나19 장기화와 거래 절벽, 정부 압박이라는 삼중고를 겪는 중이다. 업계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매번 사생결단으로 산업 자체가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극렬히 반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개사들이 본연의 역할을 되돌아보고 자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서비스나 기술적으로 개혁이 불가피한데 매번 위기에 직면하는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협회 차원에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변호사나 회계사처럼 중개사도 중개업법에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비리를 조사하고 고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 교수는 “불법이나 탈법거래, 업다운 계약서, 허위매물 제공, 단합 행위 등 비리를 조사하고 고발할 권리를 주면 정부가 개입하기 전 시장 거래질서 확립에 많은 효과가 날 것”이라며 “처벌권한까지 준다면 내부에서 분쟁이 날 수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조사권과 고발권을 부여해 자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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