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빅히트의 ‘777’

입력 2020-10-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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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7명의 멤버(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로 구성된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주가가 상장 직후 반짝 ‘따상(공모가 2배에서 시초가 형성된 후 상한가)’ 대비 7거래일 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나자 7가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첫 번째는 공모가다.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온 공모가 산정 논란의 핵심은 통상 사용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닌 ‘상각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를 사용한 배경과 동종업계라고 볼 수 없는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들을 비교 대상으로 포함한 것이 정당했는지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빅히트 상장 시초가 산정 동시호가 때 들어왔던 600만 주가 넘는 매수주문 정체다. 공모주 상장 시초가는 공모가에서 최대 200% 상하한가 범위 내에서 동시호가를 통해 결정된다. 13만5000원 공모가였던 빅히트는 1조5000억 원에서 2조 원대의 매수주문이 들어오면서 27만 원에 시작가가 결정됐다.

하지만 정작 실제 거래가 이뤄지자 600만 주 중 상당수는 사라졌다. 빅히트 보유자들 중 특정 세력이 인위적으로 주식을 높이기 위해 시초가 형성에 관여했는지 금융당국은 조사해 봐야 한다.

세 번째는 빅히트 공모주 청약 전 BTS 군 입대 면제 주장들이 상장 이후로는 사라졌다는 점이다. 빅히트는 매출 대부분이 BTS이고 멤버들의 군 입대 문제가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지적돼 왔다. 그런데 빅히트 공모주 청약 전부터 상장 직전까지 군 입대 면제 주장들이 쏟아져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한층 더 높였다. 하지만 빅히트 상장 이후 군 면제 여론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공모주 청약 성공과 높은 시초가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니었냐는 논란이다.

네 번째는 상장 직후 유통 물량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초 빅히트의 유통가능 물량은 1100여만 주에 달했다. 유통가능 물량이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에 비해 많다.

빅히트는 상장 직전 기관의 추가적인 의무보유 확약을 받아냈다. 기관물량 중 78%가 의무보유 확약을 한 것이다. 일부 증권 게시판 등에서 일명 품절주라고 나올 물량이 없다는 주장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이는 청약에 참여한 기관 물량 78%일 뿐이며 청약 이전 보유 기관들 물량을 제외한 수치였다.

다섯 번째는 빅히트의 최대주주이자 의장인 방시혁의 의무보유 기간 논란이다. 최대주주나 대주주는 최대 2년에서 최소 6개월 보호예수 기간을 걸 수 있고 통상 최대주주는 1년 이상을 의무보유 기간을 확약한다. 반면 방시혁 의장과 BTS 멤버들은 6개월밖에 의무보유 확약을 하지 않았다.

여섯 번째는 빅히트의 주가가 반토막이 나자 뿔난 투자자들은 BTS의 빌보드 1위 과정에 대해서도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모가와 상장 시초가를 높이려고 빌보드 음원을 덤핑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부 외신들은 발매 시점이 지난 곡들을 할인해서 판매하기도 하지만 신곡을 할인가로 내놓고 인기곡 연주 버전을 내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는 1.29달러에 판매되는 음원 가격을 발매 2주 차에 69센트로 할인 판매했다.

마지막 논란은 상장폐지된 씨그널과 빅히트의 관계다. 옵티머스자산운용사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빅히트의 폭락까지 더해지자 수년 전 일까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빅히트는 씨그널과 2015년 3월 인수를 협의 중이라고 밝힌 이후 2017년 2월경 투자 관계를 모두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 달 뒤인 3월 씨그널은 관리종목 편입 사유가 발생하며 거래 정지에 들어갔다.

최근 옵티머스 사건에 빅히트와 씨그널이 다시 거론되자 2017년 2월이 아닌 7개월 이전인 2016년 5월 투자금을 전액 조기 상환하고 관계를 정리한 것이 알려졌다.

당시 비상장사인 빅히트는 투자금을 조기 상환하고 관계를 정리했을 때 바로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빅히트 인수 기대감에 씨그널을 매수했던 투자자도 있던 당시 투명하게 바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면 많은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다.

이처럼 공모주 시장은 도박판이 아니다. 하지만 도박판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의 급등락을 보인 빅히트 후폭풍은 시장 전체 분위기까지 침체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빅히트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공모가 산정부터 상장 시초가 등 기업공개(IPO)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때이다. skj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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