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사자”…패닉바잉·전세난에 서울 중저가 아파트 몸값 급등

입력 2020-10-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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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주공7단지 전용 79㎡ 일주일 단위로 3000만원씩 뛰어
강북권 아파트 중위매매가격도 한달 새 1억 '껑충'

▲서울 중저가 아파트 몸값이 치솟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지만 중저가 아파트 몸값은 껑충 뛰고 있다. 유례없는 전셋값 상승에 "비싼 값에 전세를 얻느니 차라리 집을 사자"며 세입자들과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이 중저가 아파트 매입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에선 신고가 거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7단지 전용면적 79㎡형은 현재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11억5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지난달 10억4500만 원에 실거래된 뒤 이 아파트값은 일주일 단위로 3000만 원씩 뛰고 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느니 하루라도 빨리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낫겠다며 세입자들이 매매로 마음을 바꾸고 있다"며 "3040세대의 패닉바잉 현상까지 겹치면서 매매값도 전셋값 못지 않게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강북구 수유동 래미안 수유 아파트 전용 84㎡형도 지난달 6억 7500만 원에 최고가를 찍은 뒤 지금은 7억 원을 호가한다. 구로구 구로주공2차 전용 64㎡형은 한달 전보다 5000만 원 오른 9억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에 힘입어 강북권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아파트를 매매값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 위치한 가격)도 한 달새 1억 원 가까이 급등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지역(한강 이북지역) 아파트 중위값은 지난달 7억5667만 원을 기록하며 전월(6억6609만 원) 대비 13.6%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지역(한강 이남지역) 아파트 중위가격이 11억5277만 원에서 10억 7667만 원으로 내려앉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전셋값 오름세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중저가 아파트 몸값도 당분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약 가점이 낮아 신규 분양아파트 당첨이 어려운 30대나 전셋값 급등에 지친 세입자들이 매매시장을 노크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시장 불안이 최소 1∼2년 계속될 전망이어서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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