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전필환 신한은행 SBJ 법인장 “주택론 등 틈새공략…외국계 은행 불모지 안착”

입력 2020-10-06 05:00수정 2020-10-0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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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활용 등 비대면 마케팅 강화
투자자 니즈 분석 소매 금융 개척
전자결재 등 페이퍼리스 정착시켜
‘위드 코로나’ 시대 디지털화 박차

올해 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대면 영업이 중심인 해외 영업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를 맞았다. 올해는 시중 은행 등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원년으로 삼은 해다. 불안정한 시장에서 경영 확대를 강행해야 하는 만큼 공포감과 불안감은 커졌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공략은 멈추지 않았다. 해외 점포와 국내 본사 간 실시간 위기대응반을 꾸리고 정부, 각국 대사관과 비상연락망을 구축해 글로벌 영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금융사들의 전략을 짚어봤다

▲전필환 신한은행 SBJ 법인장.
“SBJ는 자회사인 SBJ DNX를 발판으로 은행업의 경계를 넘어, 일본의 금융디지털·뱅킹시스템 시장에 도전합니다.”

전필환 신한은행 SBJ(Shinhan Bank Japan) 법인장이 밝힌 포부다. 그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4월 신한은행 현지법인인 SBJ가 ICT자회사 ‘SBJ DNX’를 설립해 신한은행 최초의 손자회사가 탄생했다”며 “어느 때보다 의미가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BJ DNX는 일본 현지에서의 IT 개발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금융의 디지털화가 확대되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 디지털·ICT 관련 신사업을 추진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올해 SBJ는 설립 11주년을 맞이했다. 설립 연도인 2009년 말 총자산 3조9139억 원, 당기순이익 149억 원의 적자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9년 말 총자산 9조8912억 원, 세전이익 1063억 원, 당기순이익 846억 원 규모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올 연말에는 세전이익 1110억 원, 총자산 11조1000억 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디지털 전환’ 생존의 관건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를 겪고 있다. 일본 역시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사회 전반의 변화는 금융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오고 있으며, 금융기관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전 법인장은 “일본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장기화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아베노믹스로 일컬어지는 통화 구조개혁 정책을 펼쳐왔다”며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을 지렛대 삼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지만 올림픽 연기는 물론,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기 회복 동력을 잃고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올해만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은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으므로, 단기적인 대응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With Corona’ 시대를 맞이하는 대응과 체질 개선이 필요다는 얘기다. 전 법인장은 “이러한 체질 개선을 가능케 하는 핵심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며 “특히 국내 시장 대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외 점포는 이를 얼마나 빠르게 해내는지가 생존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SBJ는 이러한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2017년 ‘Digital Company’를 선언했다. 이후 일본 최대 SNS플랫폼인 LINE과 제휴한 디지털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행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e-KYC(비대면 본인확인)를 도입해 예금 조달의 전면 비대면화를 추진하며 고객상담, 대출약정 및 실행까지 주택론 전반 프로세스를 비대면으로 전환하고 있다.

마케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비대면 마케팅 강화를 위해 SNS 마케팅을 본격화했고, 일본의 유명 캐릭터인 ‘구데타마’와 제휴한 캐릭터 마케팅을 실시해 SBJ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과 다른 문화…체질 개선 속도

한국과 일본의 금융시장은 비슷한 듯 달랐다. 한국은 주요 시중은행이 시장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방은행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일본은 MUFG, SMBC, MIZUHO 등 메가뱅크가 존재하기는 하나, 각 지역마다 터줏대감으로 지방은행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시장점유율 또한 상당하다는 것이 한국과는 다른 점이다.

이러한 일본 시장의 구조적인 특성에 비춰볼 때 SBJ는 매우 독특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SBJ는 특정 지역에서 영업하는 지방은행도 아니고, 그렇다고 메가뱅크처럼 일본 전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 법인장은 “이러한 시장지위 환경에서 메가뱅크가 진입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찾아 SBJ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정교한 타깃 마케팅과 철저한 현지화 영업을 추진해왔다”며 “이런 전략이 외국계 은행의 불모지인 일본에서 SBJ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투자형 주택론이다. 일본 메가뱅크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였지만, 일본 현지 리테일 고객들의 투자 니즈를 정확히 읽어내 새롭게 시장을 개척했던 사례다. SBJ는 주택론을 2012년 출시한 이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1차 성장기를 달성했다.

2018년부터는 한국 기관투자자들의 일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타깃 마케팅하고 있으며, 주택론 이후 2차 성장을 지속하는 데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직 일본 금융기관에 보편화하지 않은 e-KYC(비대면 본인확인)를 선도적으로 도입 후 예금 조달을 실시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과는 문화적 특성도 차이가 있다. 일본 직장 내에는 아직도 서면보고와 도장문화가 남아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일본 정부도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지만, 서면결재와 도장날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한다는 이야기들이 현지 언론을 통해 기사화하고 있을 정도다. 전 법인장은 “한국의 직장문화와 비교해도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라며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SBJ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도 거리가 있는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화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SBJ에서는 업무효율화 TFT를 발족해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진단하고 효율화가 필요한 영역을 찾게 됐다. 전자결재 의무화를 통해 도장문화를 근절하고, 전자문서 보관 및 이메일 보고를 활성화해 페이퍼리스 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그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금융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대고객 서비스의 디지털화도 중요하지만 내부 업무의 디지털화 또한 매우 중요하다. 직원이 일하고 있는 환경이 혁신돼야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혁신될 것이며,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함으로써 확보된 인력과 자원을 고객가치 창조를 위한 영역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두 가지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양대 축이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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