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 ‘잼페이스’ 윤정하 대표 “‘AI기술로 Z세대 니즈 충족…글로벌 뷰티 플랫폼 꿈꿔요”

입력 2020-07-20 16:31수정 2020-07-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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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하 잼페이스 대표 (사진제공=작당모의)

“회사에 다니며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고 고생한 만큼 보상도 받았지만, 그럴수록 이제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모험에는 나이가 없다. 5년간 광고회사에 다니다 대학원에 들어가 경영학을 전공한 뒤 10년간 마케팅 전문가로 일했다. 주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인정받았고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지만 박차고 나왔다.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해 일하기 위해서였다.

40대의 나이에 국내 최초의 뷰티 영상 큐레이션 앱 ‘잼페이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작당모의’를 차린 윤정하 대표 이야기다. 윤 대표는 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5년 포털 다음에 입사해 마케팅을 담당했고, 2014년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한 후에는 O2O 서비스에 주력했다. 그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한 건 ‘카카오헤어샵’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후였다.

윤 대표는 뷰티업계와 모바일을 연결한 서비스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O2O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헤어샵’을 기획했다. 온라인과 모바일이 주 전공이던 그는 O2O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해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오프라인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 경험은 한 마디로 험난했다.

그는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곳곳을 다니며 서비스 관련 설명회를 열었고 미용실 사장님을 상대로 플랫폼 입점을 설득했다. 그렇게 발로 뛰며 소통한 결과 2500여 개 미용실을 플랫폼에 입점시켰다. 그런데 사장님들이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아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가령 예약을 놓치는 경우가 잦아 카톡으로 알림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개선이 안 돼 초기 2개월간은 일일이 전화해서 예약을 알려줘야 했고, 서비스 이용 고객들과 미용실 사이 분쟁이 생기면 우리가 중재해야 했다”라고 털어놨다.

우여곡절 끝에 ‘카카오헤어샵’ 서비스는 안착했지만, 윤 대표의 사업 욕구가 솟구친 때는 공교롭게도 이 지점이었다. 그는 “모바일과 온라인만 경험하다가 처음으로 오프라인 현장을 경험하며 온갖 고생을 다 하고 나니 진짜 내 것,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언젠가 한 번쯤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는데 두렵고 엄두가 안 나 도전을 못 했다. 하지만 더 늦어지면 아예 할 수 없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카카오헤어샵’을 론칭하며 관심을 두게 된 뷰티 시장을 다시 두드렸다. 뷰티 시장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지속 성장세지만, 이들 세대가 주로 콘텐츠를 접하는 ‘영상’과 ‘뷰티’를 결합한 아이템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2018년 9월 사업 아이템을 들고 회사를 나왔고 한 달 만인 10월 작당모의를 설립했다. 이듬해 6월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한 앱 ‘잼페이스’를 만들었다.

잼페이스는 Z세대(10대 중반~20대 초반)를 겨냥해 유튜브 메이크업 동영상을 한데 모은 앱이다. 단순히 영상만 모은 게 아니라 셀프 카메라를 활용한 ‘페이스 매칭’을 통해 자신과 닮은 뷰티 유튜버를 찾아 추천해주고, ‘인공지능(AI) 객체 인식 기술’로 영상 속 등장하는 화장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나열했다. 또 영상에 원하는 구간만 짚어 볼 수 있도록 ‘타임점프’ 기능을 넣었다. 일종의 책갈피처럼 베이스, 눈 화장, 볼 터치 등 메이크업 구간을 단계별로 끊어서 볼 수 있도록 한 이 기능은 지난해 9월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잼페이스 타임점프 기능 (사진제공=작당모의)

잼페이스의 경쟁력이 된 이 기능은 Z세대의 아이디어였다. 윤 대표는 Z세대를 겨냥한 뷰티 동영상 큐레이션 앱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후 미용실 플랫폼 사업을 진행할 때처럼 Z세대를 직접 찾아다녔다. 뷰티 동영상을 볼 때 불편함은 무엇인지, 어떤 기능을 원하는지 Z세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리서치 회사의 도움을 받았고, 지인은 물론 지인의 지인을 만나며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윤 대표는 “잼페이스의 핵심 기능인 타임점프나 AI 객체 인식 기술은 Z세대가 뷰티 동영상을 볼 때 느끼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가령 영상으로 눈 화장을 배울 때 영상을 서너 번씩 반복해 본다고 하더라. 그럴 때 영상을 의미 단위로 끊어 나눌 수 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을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구간만 쏙 짚어 볼 수 있어 좋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 “뷰티 유튜버가 영상에서 쓴 화장품이 무엇인지 인식해 한눈에 보여주는 AI 객체 인식 기술도 적용했다. 일일이 댓글을 달며 화장품 정보를 묻거나 답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잼페이스는 Z세대의 의견을 듣기 위해 꾸준히 리서치를 진행한다. 윤 대표는 그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듣고 앱에 반영하는지에 따라 앱의 경쟁력은 달라진다고 믿는다.

윤 대표는 “고객들이 앱을 쓰면서 이런 점 추가해달라, 계속 의견을 제시해주기도 하고, 우리가 직접 리서치 회사를 통해 의견을 들으며 보완할 기능을 하나씩 추가하고 있다”라며 “관심 있는 영상을 태그로 선택해 모아 볼 수 있는 기능, 초보자를 위한 뷰티 영상을 모아놓고 댓글로 질문을 달면 화장품 전문 직원이 답을 달아주는 형식 모두 고객 의견에 따른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뷰티 영상에 등장하는 화장품을 나열만 하지 말고 구매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고, 올해 말~내년 초 커머스 기능까지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Z세대에 발품을 판 결과 잼페이스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가입자 수(다운로드 수) 50만 명을 넘어섰다. 투자 제안도 여럿이다. 매쉬업엔젤스,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여러 곳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국내 화장품 브랜드와 유통기업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진출도 계획돼 있다. 올해 4분기에는 베트남 진출을 예고했는데 현지 뷰티 영상뿐 아니라 국내 뷰티 영상도 베트남어로 번역해 제공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놀랍게도 미국과 일본 현지 회사가 먼저 진출 제안을 하기도 했다. 나아가 남미, 유럽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밝은 청사진만큼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으로서 고충도 있다. 잼페이스의 핵심 기능을 표절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 윤 대표는 “타임점프 아이디어와 관련해 특허권, 저작권을 다 내놨는데 우리보다 가입자 수가 20배 많은 대규모 앱에서 인용 표시도 없이 가져다 쓰더라”라며 “UX(사용자 경험)를 어떻게 제공하는지는 모바일 환경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이를 구현하는 아이디어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모바일업계에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까지 스타트업의 노력을 존중해주고 보호해주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가 지은 ‘작당모의’라는 회사명은 뭔가를 제대로 해보자는 굳건한 뜻이 있다. 바로 글로벌 뷰티 플랫폼을 만드는 일. 그는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그렇게 되면 잼페이스뿐 아니라 우리나라 중소 화장품 기업, 한국 내 3000여 명의 뷰티 크리에이터들도 해외 진출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며 원대한 꿈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 모든 꿈을 지탱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교과서 같은 말일 수 있지만, 가치가 없는 서비스는 결국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멋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잼페이스의 궁극적 역할”이라며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중 한 명이 잼페이스의 ‘여드름’ 관련 태그로 모인 동영상을 열심히 보면서 여드름을 잘 치료했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정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구나’ 뿌듯함을 느꼈다. 이처럼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은 사람에게 가치 있는 것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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