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일터 혁명⑤-1] 출퇴근이 사라진다...이제는 ‘앳홈 시대’

입력 2020-07-01 10:59수정 2020-07-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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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펙트⑤] 페이스북·트위터 등 재택근무제 영구 정착 나서…“일과 삶의 균형 맞추고 기업 비용절감에도 유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최소한 수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일터의 혁명’을 불과 수개월로 앞당기고 있다. 기업들이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고자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제 등 과거 실험적으로 펼쳤던 근무형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기업들이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직원들이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와 자택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재택근무제 등이 결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뉴 노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새로운 근무형태는 코로나19로부터 직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적합하다. 또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은 이미 이번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끝나더라도 일터의 혁신을 영구히 정착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은 올해 말까지 재택근무를 유지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에 “향후 5~10년간 전체 직원의 절반이 재택근무를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걸맞게 조직구조를 영구적으로 재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초기에는 미국에서 신규 채용 인원 중 고위급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적용한다. 전 세계의 기존 직원 중에서는 성과가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를 점진적으로 적용, 추후 엔지니어 이외 직원들로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

저커버그 CEO는 “그동안 재택근무를 했던 직원이 꾸준히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또 월급이 적더라도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인력을 발굴할 기회도 있어 이를 정착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페이스북은 향후 5~10년간 전체 직원의 절반이 재택근무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맞춰 조직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AP뉴시스
잭 도시 트위터 CEO도 5월 초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원하는 직원들이 있다면 무기한 재택근무를 허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기업용 메신저 업체 슬랙의 로비 곽 수석 부회장은 이달 중순 “재택근무를 상시 근무형태로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언젠가 사무실이 다시 문을 열겠지만 대면 회의 등은 예전보다 줄고 홀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선택권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사빈 켈러-부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직원 중 최대 3분의 1은 영구적으로 재택근무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원부서나 부유한 고객에 대한 자문서비스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계속해서 원격으로 근무해도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국 보험업체 네이션와이드뮤추얼보험과 캐나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 쇼피파이, 영국 바클레이스은행, 미국 식품대기업 몬데리즈인터내셔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제 정착을 고려하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제스 스테일리 CEO는 4월 말 기자회견에서 “현재 7만 명 바클레이스 직원이 재택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같은 사무실에 있지 않더라도 은행과 같은 복잡한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유연한 근무가 뉴 노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택근무는 확실히 일정 수준의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프리랜서 전문 인력중개업체 업워크가 최근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1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강요됐던 올해 4월 생산성이 지난해 11월보다 향상됐다”고 답했다. 이들은 통근 스트레스가 줄고 불필요한 회의도 적어진 것을 생산성 향상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와 비슷하게 페이스북도 “직원의 50% 이상이 재택근무 생산성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같거나 높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미국 오리건주 비버턴에서 3월 17일(현지시간) 한 스포츠의류업체에서 일하는 여성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비버턴/AP뉴시스
집에서 일하는 것을 넘어서 근무시간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경제회복 방편으로 ‘주4일 근무’ 제안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에서 “관광을 장려하는 등 경제를 살리고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 문제를 해결하도록 주4일 근무나 기타 유연근무제 옵션을 기업들이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주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버사(Versa)는 코로나19 사태 훨씬 전인 지난해 7월부터 수요일에 쉬는 주4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캐스 블랙험 버사 CEO는 지난 4월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해보다 3배나 더 수익성이 높아졌으며 매출 측면에서는 30~40% 성장했다”며 “직원들의 행복도와 생산성이 극적으로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새 근무형태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는 것을 환영했다. 싱가포르 인사 컨설팅 업체 업어드바이저리의 앨린 에이브러햄 컨설턴트는 BBC에 “이들 제도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학생과 직장맘,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는 부모 등 많은 사람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잘 맞춰줄 것”이라며 “고용주들도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유연근무 근로자들을 어떻게 고용하고 관리할지 방법을 알게 돼 큰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근무형태의 변화가 기업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마스터카드는 일부 사무실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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