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이너스 성장에 재정ㆍ금리정책 이제 한계

입력 2020-05-2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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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P) 낮췄다. 앞서 3월 1.25%에서 0.75%로 대폭 인하해 사상 처음 0%대 금리에 들어선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떨어뜨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출과 내수 등의 타격과 경기 침체가 워낙 심각한 데 따른 것이다.

경제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시장도 5월 금리인하가 유력하다고 점쳤었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수백조 원의 재정을 쏟아붓기로 하고 3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한다. 한은의 이번 금리인하는 정부 재정정책과의 공조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금리와 제로(0)금리 수준인 미국(0.00∼0.25%)의 격차가 0.25∼0.5%P로 좁혀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가 실효하한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실효하한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이 선진국처럼 제로금리까지 가져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최저 금리다. 한은의 금리정책 여력도 이제 소진됐음을 뜻한다. 앞으로 금리를 더 낮추기는 어렵다.

경제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직전 전망인 3월의 2.1%에서 2.3%P나 끌어내렸다. 역성장이 현실화하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이다. 성장률이 더 낮아질 공산이 크다. -0.2%도 코로나19 재확산이 없다는 가정에 기초한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비관적 시나리오로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미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4%였다. 2분기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4월 전년 동월 대비 24.3% 감소한 데 이어, 5월에도 20일까지 20.3% 줄었다. 단시간 내 글로벌 경제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양대 축(軸)이자, 우리 수출의 1, 2위 시장인 중국과 미국이 정면 충돌로 치닫는 상황은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미국은 중국 경제를 봉쇄하고 주저앉히겠다는 기세다.

위기가 중첩되고 한국 경제의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최악의 국면에 정부 재정과 금리정책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당장은 재정 투입과 금리인하가 시너지를 내 경기를 떠받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총동원하는 것이 급하다. 기업 투자가 촉진되고 민간의 소비 증대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결국 규제의 철폐를 통해 기업활력을 높여 고용을 늘리고, 그것이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하는 실효적이고 과감한 대책의 실행이 최우선 과제다. 그럼에도 지금 기업정책의 방향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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