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장재정 불가피해도 건전성이 마지막 보루다

입력 2020-05-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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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전시(戰時)상황에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조기에,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 재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내년 예산안과 중기(2020~2024년) 재정운용계획을 짜기 위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모두가 참석하는 재정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로 매년 한 차례 열린다. 정부는 이날 회의를 거친 내년 예산안과 이후 재정운용계획을 9월 국회에 제출한다.

이번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국가채무비율이었다. 작년 재정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기획재정부가 방어선으로 삼고 있는 국가채무비율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재정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런 상황에 올해 코로나 위기로 1·2차 추가경정예산에 이어 3차 추경까지 편성된다. 국가채무비율은 이미 GDP의 40%를 넘어 45% 수준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물론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맞은 비상상황에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정의 집중 투입은 불가피하다. 단기적인 재정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로 혁신경제를 이끌면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다급한 과제다. 그럼에도 계속 확장재정 기조를 가져갈 수 없는 현실이 문제다.

재정건전성은 이미 위험 수위다. 작년 재정수지는 역대 최대 적자였다. 2016∼2018년의 3년 동안 계속된 세수 호황이 끝나고,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세수 결손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정부의 살림살이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급증해 GDP 대비 2.8%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대로, 이 비율이 0.5% 이내여야 균형재정으로 평가된다.

재정건전성 우려에 대해 문 대통령은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라며, “정부부터 강도 높게 허리 띠를 졸라매겠다”고 약속했다. 대책이라고 보기 어려운 당연한 얘기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으로 세수 증대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인구 고령화 등으로 복지 지출은 계속 늘고 있다. 국가채무 급증과 재정건전성의 지속적인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

모든 짐은 미래 세대가 짊어질 몫이다. 경기를 살리고, 벼랑에 몰린 민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확대 재정이다. 경기 회복의 선순환과 성장의 마중물 효과를 극대화하는 적재적소, 적기의 재정 투입이 이뤄지는 게 관건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정건전성 확보는 우리가 지켜야할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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