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인터뷰] 양혜순 삼성전자 상무 "'경험의 시대'…취향 가전 계속 선보일 것"

입력 2020-03-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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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 기획…"가사 시간 대폭 줄이는 가전 개발할 것"

▲양혜순 삼성전자 상무는 비스포크를 출시한 배경에 대해 "새로운 도전 없이는 사업 발전도 없을 것이라는 직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새로운 도전 없이는 사업 발전도 없을 것이라는 직원들의 강한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양혜순(여ㆍ52)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품전략팀장 상무는 최근 가전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를 출시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축약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6월 생활가전 사업의 새로운 비전인 ‘프로젝트 프리즘’의 첫 번째 제품으로 비스포크를 공개했다. 프로젝트 프리즘은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가전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맞춤형 가전이라는 취지에 맞춰 비스포크는 소비자가 원하는 소재와 색상의 도어 패널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양 상무는 비스포크 제품 기획 단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수요는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왜 냉장고는 획일적이냐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충분한 선택권을 주지 않았고, 소비자는 그 안에서 제품을 고르는 데 익숙해진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비스포크 성공 이어받아 취향 가전 계속 선보일 예정” = 기존에 없었던 제품을 선보이는 만큼 흥행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양 상무는 “소비자 개개인이 다양한 종류의 냉장고 타입과 색상을 조합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느 가전 업체도 해보지 않는 시도였다”며 “원점부터 새롭게 모든 것을 바꾸자는 결정이었기 때문에 제품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을 모듈로 설치했을 때 하나의 빌트인 제품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도어 재질과 색상도 하나하나 개발해야 했다”며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제조, 물류 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여건이 효과적으로 갖춰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양 상무는 “SNS만 보더라도 소비자들이 개성 있는 집 꾸미기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지금까지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고를 때 색상, 재질 선택의 폭이 제한적인 만큼, (비스포크를 내놓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고 말했다.

그의 예측대로 비스포크는 출시되자 마자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냉장고 구매자 중 절반이 비스포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장 사장은 올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냉장고 시장이 2018년까지 역성장하다가 비스포크가 나온 후 비스포크가 차지하는 부문에서 15% 성장했다”고 밝혔다.

양 상무도 “제품이 출시된 지 1년이 채 안 됐는데, SNS상에는 비스포크 냉장고로 개성 넘치는 주방 인테리어를 완성해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적극적인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앞으로 출시될 프로젝트 프리즘 시리즈에 대해서는 “비스포크 이후 최근 나를 이해하는 똑똑한 세탁기, 건조기인 그랑데 AI(인공지능)까지 공개했다”며 “앞으로는 한층 더 ‘나’에 집중한 취향 가전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험의 시대… “밀레니얼 세대 성향 꾸준히 파악할 계획” = 맞춤형 가전을 통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가전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얼 등 중국 가전업체들의 부상은 삼성전자에 위협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양 상무는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며 “AI,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제품이나 사업 간 영역이 모호해져 시장 변화를 빠르고 분명하게 읽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분석했다.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고자 삼성전자는 향후 10년을 ‘경험의 시대(Age of Experience)’라고 정의, 이에 맞는 상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이 제품을 구매할 때 편리함, 안정 등 삶의 긍정적 경험을 기대하는 만큼, 이에 맞는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양 상무는 “(경험의 시대에선) 주 소비층이 밀레니얼 세대로 이동하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밀레니얼 세대는 나만의 취향으로 소비하고, 스스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나간다. 단순히 좋은 제품만으로 그들을 만족시키기 어렵고, 개인의 경험을 만족시켜야 하는 과제가 따른다”고 강조했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삼성전자는 동분서주하고 있다. 별도의 소비자 조사 외에도 판매 현장이나 온라인상 트렌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내에 20~30대 직원들로 구성된 밀레니얼 커뮤니티를 운영해, 필요할 때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 시간 대폭 줄이는 가전 선보일 것” = 양 상무는 회사에서는 임원,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2002년 박사 과정을 마치고 막 삼성전자에 입사했을 때 아들들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며 “새로운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가족이 도움을 줘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을 대폭 줄이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 상무는 “소비자들의 수고스러운 가사노동을 줄여주고, 가사가 노동이 아닌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등의 혁신에 관심을 두고 눈여겨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최근 집에서 자신의 여가를 보내고자 하는 ‘홈족’이 늘어나고 있다”며 “집이 카페, 레스토랑 등 여러 가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제품들에 관해서도 다양한 연구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혜순 삼성전자 상무는 "가사가 노동이 아닌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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