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묵시적 청탁 인정에도 2심서 석방…"수동적 대응" 명운 갈랐다

입력 2018-10-0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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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묵시적 청탁 미성립 '같은 집행유예 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를 받고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국정농단 사건’ 1심의 실형 선고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 원 지원(제3자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적용된 7개 주된 혐의 가운데 K스포츠재단 지원과 롯데시네마 면세점 임대 배임 혐의 두 가지만 유죄로 봤다.

◇묵시적 청탁 뇌물, 이재용 무죄-신동빈 유죄…형량은 동일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70억 원을 제3자에게 공여한 뇌물로 봤다. 롯데면세점 신규 특허를 기대하며 대가성으로 지원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명시적 부정청탁이 있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면서도 “대통령이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해 직무집행의 대가를 인식하면서 롯데에 지원을 요구했다”며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 이어 “신동빈 역시 이러한 사실을 인식해 합리적 판단 없이 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1심과 달리 70억 원은 추징 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서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달 선고공판에서 “명시적 청탁은 없었으나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공통된 인식이 있었다”며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단 출연을 약속한 기업이 많은 점 △지원금이 공익 활동에 사용될 것으로 인식한 점 △대통령이 먼저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구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꼽았다. 신 회장이 뇌물을 건넨 것은 맞지만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응한 것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신 회장 선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결과와 상충되는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 항소심을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경영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 원과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 원을 부정청탁에 대한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신 회장은 묵시적 청탁이 유죄로 인정됐으나 이 부회장과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 배임 유죄= 롯데시네마 영화관의 매점을 신영자(75)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미경(59) 씨 소유의 회사에 임대해 롯데에 금전적 손해를 끼친 혐의는 1심과 동일하게 형법상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영화관 매점을 직영할 것인지, 임대할 것인지는 경영 판단 사안으로, 임대 사실 자체가 바로 배임이 되는 것 아니다”라면서도 “특수한 사정 종합해보면 총수 일가에게 임대한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이어 “손해액은 액수 미상이지만 그 규모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롯데쇼핑이 매점을 직영할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이 실제로 받은 임대료보다 큰 것은 맞다”고 롯데쇼핑의 재산상 손해를 인정했다.

또한 “총수 일가는 사적 이익을 취하고 회사는 손해를 입었다”며 “범행 기간과 규모, 방법, 회사의 손해 정도 등에 비춰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손해액 778억여 원이 변제 또는 공탁돼 회사의 금전적 피해가 사실상 회복됐다는 점과 신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96) 명예회장의 범행에 수동적으로 가담한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은 양형에 참작됐다.

◇ 총수 일가 ‘공짜 급여’ 지급…신동빈은 무죄

법원은 신 회장이 형인 신동주(64)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한국 롯데 업무와 무관하게 계열사 급여 391억 원을 지급한 혐의를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롯데가 신동주를 임원으로 선임하고 급여를 지급한 것이 명백히 불필요한 행위는 아니었다”며 “급여액도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는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딸이 롯데그룹에서 일한 사실이 없음에도 급여를 지급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신 회장이 아닌 아버지 책임으로 봤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한 급여는 신격호 지시에 따라 신동빈에게 보고 없이 지급됐다”며 “신동빈 자신도 인식하지도 못한 급여지급의 공범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외에 부실화된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에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와 롯데피에스넷의 ATM(자동화기기) 구입에 끼워넣기를 지시해 롯데기공에 39억 원의 중간 마진을 취하게 한 혐의 등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결했다.

한편 이날 신동빈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 명예회장은 1심보다 1년 감형된 징역 3년에 벌금 30억 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건강 상태를 고령해 법정 구속은 피했다. 신동주 부회장에게는 무죄(항소 기각), 신영자 이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11억여 원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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