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혼란 겪는 파나소닉, 청바지 입고 혁신 꾀한다

입력 2018-05-0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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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대표업체서 테슬라 배터리 하청업체로 전락…기업문화 개선·사내 창업 독려 등으로 돌파구 모색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 파나소닉 부스에 관람객이 모여 있다. 라스베이거스/AP뉴시스
일본을 대표하는 가전제품 기업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로 변한 파나소닉이 기업문화 개선을 통한 혁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 파나소닉이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경직된 문화를 바꾸고 청바지 출근을 허용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소개했다.

파나소닉은 이제 가전업체라고 부르기 무색하다. 파나소닉은 몇 년 전 TV용 패널 생산을 중단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는 처음으로 가전제품을 전시하지 않았다. TV 판매가 호조를 보인 약 10년 전에는 매출이 9조 엔(약 88조9146억 원) 이상을 기록했으나 최근에는 이를 넘는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 현재 파나소닉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 업체로 자리 잡았다.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배터리를 포함한 자동차 사업은 지난해 파나소닉 매출의 36%를 차지했으며 연간 매출액은 4년 내 2조5000억 엔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3월 말 자율주행차 폭발로 테슬라 주가가 하락했을 당시 파나소닉의 주가도 동반하락 했다. 일주일 만에 9% 가까이 폭락해 시가총액 36억 달러(약 3조8754억 원)가 증발했다. 테슬라의 모델3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는 파나소닉은 모델3 생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일본의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가전업체가 일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셈이다.

이에 파나소닉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사장은 지난 1월 CES에서 “파나소닉이 어떤 회사인가. 나 자신에게 계속 묻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나소닉은 지난달부터 6만5000여 명의 직원에 오랜 기간 고집했던 정장 대신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을 허용하기로 했다. 경직된 문화에서 벗어나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내에서 여러 차례 프레젠테이션을 거치고 상사의 승인을 받아야 해 제품화가 이뤄지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이러한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실현될 수 있도록 한다. 혼마 테츠로 파나소닉 가전부문 어플라이언스 사장은 유망한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어 스타트업 등용문으로 알려진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출품하도록 했다. 회사 밖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얻으면 사업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사내 창업도 독려한다.

쓰가 사장은 올해 신입사원 입사 행사에서 “수십 년 전 내가 입사했을 때는 TV패널이나 DVD처럼 미래를 대표하는 제품이 있었고 꿈을 찾기 쉬웠다. 이 시대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세기에는 우리 손으로 새로운 파나소닉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추구하는 파나소닉의 변화에 내부에서는 “하나의 관점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영감이 샘솟는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복장이 달라질 뿐 생산성이 향상될지는 의문이다”라는 냉소적인 목소리가 공존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나소닉이 직면한 정체성 위기는 소니와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 가전제품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TV 등에서 경쟁력을 잃고 산업용 하드웨어나 전자제품 부품 공급 업체로 전환했다. 파나소닉이 새로운 변화로 위기를 극복할지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파나소닉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어야 하며 앞으로 갈 길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청바지를 입은 파나소닉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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