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육성시스템의 명암] 인기 줄게 인권 다오

입력 2013-10-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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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열풍 따라 연예기획사 아이돌 양성 노하우 세계가 주목…인격·사회성·학교교육 뒷전 문제도

#1. “미성년자들이 장기간 합숙을 하며 연습만 시키는 것은 사생활 침해와 학습권 박탈 그리고 몰개성화를 가져오는 것 아닌가요?” 지난해 3월 K-POP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디스커버리 채널의 연출자 Herve Delpierre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부분이다.

#2. 일본에선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를 연호하고 태국에선 2PM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K-POP 한류는 지구촌 문화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중국 7인조 걸그룹 세븐센스는 한국기획사에서 6개월간 안무와 보컬교육을 받았고 인도네시아 아이돌그룹 ‘S4’는 한국 에이전시에서 9개월간 훈련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두 얼굴이다. 한국을 넘어 지구촌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K-POP 한류의 가장 큰 원동력은 아이돌 그룹이다. 아이돌과 K-POP 한류를 만든 진짜 주역은 한국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 육성 시스템 속에서 탄생한 H.O.T에서부터 카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이돌 그룹은 국내 음악계를 평정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K-POP 한류를 일으킨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100만여명에 이르는 국내 연예인 지망생들은 스타의 첩경으로 여겨지는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 남미 등 외국의 수많은 청소년과 아이돌 그룹들이 한국 연예기획사를 찾아 훈련을 받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은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속속 수입하고 있다.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 자체가 이제 경쟁력 높은 상품이자 문화 콘텐츠로 부상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정욱 대표는 “한국 아이돌을 육성하는 체계화된 시스템은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이 정도는 아니다”라고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전문적이고 본격화된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시원(始原)은 1996년 제1세대 아이돌 원조로 일컬어지는 H.O.T를 데뷔시킨 SM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전의 스타 시스템이 주먹구구식이었다면 SM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스타 시스템과 미국 에이전시 시스템을 참조해 체계적·전문적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 대성공을 거뒀다.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대성기획(현 DSP미디어), JYP엔터테인먼트, 양군기획(현 YG엔터테인먼트) 등이 전문적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갖추고 스타들을 속속 배출했다. 연예인 자원을 발굴하기 위한 오디션, 가수 및 연기자 예비 자원 선발, 연습생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음악, 댄스, 매너, 외국어 교육, 이미지 메이킹과 음반 제작, 공식 데뷔와 팬클럽 결성, 방송과 무대활동 등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을 더욱 전문화시켜 수많은 스타 아이돌을 양성했다. 1996년 H.O.T를 시작으로 젝스키스, SES, 핑클, 신화, god, 베이비복스 등 1세대 아이돌들이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대중음악을 장악했고 초기 한류를 촉발시켰다. 2004년 동방신기, 2006년 빅뱅 등 2세대 아이돌과 함께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카라, 2NE1, 비스트, 엑소 등 아이돌 그룹이 한국 대중음악과 K-POP 한류를 주도했다. 2000년대 들어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보다 전문화·체계적으로 정비되고 글로벌 시스템으로 발전해 나갔다.

하지만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한국 대중문화의 버팀목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한류의 기폭제로서 기능을 하는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두운 측면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강간 등의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은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의 장모 대표 사건은 아이돌 시스템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오랜 합숙생활 등 폐쇄적 시스템 속에서 명백한 신분 보장 없이 장기간 연습생으로 교육받는 것은 상당 부분 사생활과 인권 침해의 우려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장모 대표 사건처럼 연습생들이 성범죄 대상이 되기도 쉽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55개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 46.2%가 무계약 상태로 표준전속계약서를 체결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과도한 연습생 선발로 인한 인력과 시간 낭비 등 부작용도 낳고 있다. 문화부 자료에 따르면 연예기획사의 교육기간은 가수 연습생의 경우 15.38개월, 연기자 연습생은 15.37개월에 달하고 연습생의 53.1%가 도중에 탈락해 연예계 데뷔조차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무와 음악, 연기 등 테크닉에만 치중하는 교육은 학교생활과 인성 및 사회화 교육, 학습권의 침해로 이어져 일부 아이돌 연예인의 인성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모 연예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 1년 만에 그만둔 김모군(17)은 “연습생 생활에 전념하느라 수업을 빠지는 등 학교생활도 제대로 하지 않아 연습생을 그만두고 학교도 그만뒀다. 연습생이 연예인으로 데뷔하지 못하면 삶을 포기할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 연예기획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영세한 연예기획사의 교육 시스템은 전근대적이고 주먹구구식이어서 연예인 지망생의 경제적, 시간적 낭비를 초래하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투명하고 공공적 절차의 양성화가 시급하며 연예기획사가 나서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법적·제도적 보완과 함께 아이돌 시스템을 보다 체계화시키고 연예인 지망생들의 신분과 인권,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모해야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진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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