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국민연금]선진국 연금개혁은 어떻게 진행됐나

입력 2013-03-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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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이 시작된 유럽에서는 1980년대 제도뿐 아니라 재정 개혁까지 끝내 국가가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사회보장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최소한의 노후 소득을 책임지되 각자의 사회적 특징에 따라 연금 급여액과 수령 나이, 지급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공적연금의 원조는 독일이다. 독일은 연금 급여를 현세대의 세금으로 윗세대의 연금을 부담하는 부과식을 따르고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의 연금 적립금이 일순간에 날라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공적연금 하나로 노후 소득을 책임진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초기에 독일식을 따랐으나 고령화 현상과 경기 불황을 겪으면서 기초연금(0층)을 기본으로 국민연금(1층), 기업연금(2층), 민간연금(3층) 등의 다층제도로 변화를 꾀했다.

스위스는 독자적 모델을 가진 국가로 꼽힌다. 스위스는 1948년께 공적연금 하나로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단일체계에서 다층체계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저소득층에는 공적연금으로 소득의 60~100%까지 보장하는 대신 중산층은 공적연금과 기업연금을 함께, 고소득층은 공적연금과 기업연금 그리고 민간연금으로 노후 소득을 보장토록 했다.

국가가 저소득층의 소득대체율을 최대 100% 보장하는 방식이다. 중산층 이상은 공적연금의 혜택을 축소하는 대신 기업연금과 민간연금 등 다층보장을 통해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스위스가 저소득층에 집중한 이유는 이들의 경제활동 기간이 짧아 기업연금을 통해 소득을 보장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70~80%가 1800년대 말부터 기업연금을 운영하고 있어 안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은 노후 소득의 보장 경로를 다양화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공적연금의 운영방식은 고소득자에게는 다소 불리하다. 대신 스위스는 연금 보험요율을 8.4%에서 한 번도 올린 적이 없다. 국가가 소득약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되 고소득자의 부담은 경감시키는 합리적 대안을 만든 것이다.

복지국가의 전성기였던 1950~60년대 이후 1970~80년대에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고령화 현상으로 유럽 국가들이 재정 압박을 겪었다. 공적연금 개혁이 논의된 것은 이 시기로, 연금개혁에서 가장 빛나는 아이디어로 꼽히는 모델이 스웨덴 방식이다.

스웨덴은 연금 산식에서 균등부분과 비례부분을 연동하지 않고 완전히 구분해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했다. 또 고령화지수, 경제성장률지수, 실직자지수 등 보험요율과 연금액수에 미치는 중요한 변수들을 연동시켜 연금 보험료와 수령액 등이 합리적으로 자동 조절되게 만들었다.

특히 스웨덴은 선거를 위해 정치인이 함부로 연금 산식을 조정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개혁 전 스웨덴에서는 보험요율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의회가 결정했다. 스웨덴 정당들은 표를 얻기 위해 연금제도가 바뀌는 폐단을 막고자 9년 동안 서로 머리를 맞대고 ‘NDC(명목확장기여방식)’를 고안해 냈다. 고령화 현상으로 세금을 통해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부담으로 작용하자 부과식을 유지하면서 보험료 일부를 적립하는 혼합형 모델을 만든 것이다.

김진수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퇴직금 제도를 연금으로 전환하고 현재의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 상한선을 800만원으로 올리는 식으로 개선하면 보험료 인상 없이 안정된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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