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갈등의 시대]합리적 해법 찾아 토론·논쟁·조정…건강한 사회 만들어

입력 2012-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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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갈등의 순기능-주민·시민사회와 합의 이끈 동강댐·난지공원 해법 선례

▲영월 동강은 2000년 6월 동강댐 건설 계획이 백지화될 때까지 댐 건설을 두고 정부와 환경단체, 주민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위) 서울시와 시민단체간 자리한 갈등 끝에 쓰레기 매립지에서 시민 공원으로 재탄생한 난지도 공원.
사회갈등은 일반적으로 사회구조의 다양화와 복잡화, 공사조직의 세분화 및 전문화가 이뤄지면서 불가피하게 많이 발생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갈등의 존재는 사회의 견제와 균형, 구성원 간의 창의성과 쇄신을 유발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회갈등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조정 수단이나 메커니즘이 미흡하게 되면 갈등의 역기능인 정책 혼선과 그로 인한 국민적 혼란 및 국론 분열을 발생시킨다.

◇역기능에 익숙한 대한민국=한국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1980년대에 들어 그동안 중앙집권적 통치체제에 대해 억압되고 잠재됐던 사회구조적인 갈등의 표출이 시작됐다. 이후 1980년대 중·후반을 거치면서 지속된 민주화과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커진 만큼 갈등의 강도를 증폭시키는 양면성을 지녔다.

또한 문민정부와 국민정부에 이르러 실질적인 민주화과정에 대한 기대의 증가로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다양한 요구와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과정에서 이념, 지역, 계층, 세대, 노사간 등 사회갈등들이 한층 다기화됐다. 결과적으로 사회발전과 국가발전은 물론 국민통합에도 심각한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공공사업들이 오히려 갈등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갈등 순기능도 존재한다=다원주의 사회에서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갈등에 역기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갈등은 사회가 내재하고 있는 잠재된 문제를 보다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어떤 대안이 보다 바람직한 문제의 해결방법 인가를 쉽게 채택할 수 있게 해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특히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당사자 간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통해 평상시에는 생각도 못한 혁신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활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울러 갈등이 생기면 집단 구성원이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협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집단 응집성을 증대시키는 계기가 되며, 구성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시킨다.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증가는 집단 간 또는 조직 간의 오해와 적개심을 줄이는 순기능을 한다.

◇갈등의 순기능 사례=사회적인 갈등이 순기능으로 작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영월 동강댐 건설과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가 있다.

영월 동강댐은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다 시민사회와 지역주민 반발에 부딪치면서 사회적인 갈등으로 표출된 경우다. 동강댐은 시민사회와 환경단체 전문가 집단의 성장과 생태계 보전이 국가정책의 주요 아젠다로 부각되면서 갈등을 통해 건설이 백지화 됐고, 동강이라는 소중한 자연 유산이 보전될 수 있었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도 서울시는 대중골프장으로 개발하려고 했으나 당시 환경단체 등이 반발하면서 지루한 갈등이 계속됐다. 시민단체에서는 골프장으로 개발해서 소수의 서울시민이 즐기는 것 보다 생태공원화해서 다수의 시민이 사용할 수 있게 친환경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 발생했지만 골프장으로 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민공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갈등의 순기능 이끌어 내려면=전문가들은 갈등의 다원화와 복합화 추세에 상응해 갈등의 순기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크게 △민주주의의 질적인 심화 △정부의 갈등 예방 및 조정역량 제고 △성숙한 시민의식 배양 △사람에 대한 중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사회발전 속도에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정치제도와 정부 운영체제의 미흡한 부문을 찾아 개선하고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또 합리적 토론문화의 형성과 시민의 갈등조정능력 배양, 배려와 관용의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를 질적으로 심화시켜야 한다. 여기에 정부는 갈등조정절차를 개선하고 민간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부와 시민사회 간 건설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사회갈등을 완화하려면 현행 갈등관리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성숙한 민주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대의제와 대중참여의 문제점을 보완해 배려와 관용의 정신에 기초한 합리적 토론이 중심이 되도록 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미디어와 시민단체 등 시민사회가 갈등을 완화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정부는 법치주의의 고도화를 통해 갈등 유발을 억제하고 규제와 조정 등 행정서비스의 품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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