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속에서 정체성 찾자"…코로나19 만난 장애예술가들의 고민

입력 2020-07-0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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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재난과 장애예술' 라운드테이블 개최

▲김승수 극단 핸드스피크 배우가 3일 오후 서울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 '재난과 장애예술' 라운드테이블에서 '언택트 시대'에서 공연을 올렸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우리 사회에서 보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은 장애인 예술가들에게 더욱 직접적이고 빠르게 다가옵니다. 생활에서 움직임의 제약을 받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충격이 크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김용우 한국장애인무용협회 회장은 3일 오후 4시 서울 잠실창작스튜디오 하늘연에서 코로나19 이후 장애예술인이 겪고 있는 일상과 창작활동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대외적인 예술 활동이 거의 절벽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수익이 거의 없다"며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내 최초 장애예술인 전문 창작공간인 잠실스튜디오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은 장애예술인을 위한 예술공간을 주제로 진행됐다. 코로나19를 비롯한 대형 재난 속에서 장애예술인이 안심하고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장애예술인들은 이날 예술가이자 장애 당사자로서 코로나19를 통해 겪어야 했던 상황들에 대해 털어놨다.

김승수 극단 핸드스피크 배우는 '언택트 방식'으로 공연에 참여했던 일화를 전했다. 그는 지난 3~4월 농인 배우로서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온라인 콘서트인 '힘내라 콘서트'에 참여한 바 있다. 농인 배우 6명과 청인 배우 5명이 참여한 공연 '사라지는 사람들'은 장애예술과 관객의 거리를 좁힌 사례로 꼽힌다.

김승수 씨는 "수화는 각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어서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다"며 "시청자들이 보는 화면이 구도가 다를 수도 있어서 배우들도 이전과 다른 동선, 연기를 해야 했고 감정 역시 수어로 전달해야 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문승현 시각예술작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극장을 폐쇄당한 극장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의 극장들이었다"며 "경제 위기에 가장 취약한 계층적 고리들은 경제적 이윤을 위주로 활동하지 않는 계층이다. 장애예술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 소통 시대 속에서 장애인의 공간적 제약이 희미해졌다는 점은 새롭게 발견한 가능성이다.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인 김환 작가는 "비장애 작가든 장애 작가든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재밌는 전시를 하고 싶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다"며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 속에서 이동권과 장소에 영향 받지 않는 회상회의는 신선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체장애인인 저는 이동성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만날 수 있어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며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회자로 나선 문영민 장애예술 연구자도 "코로나19 이후 화상으로 회의 진행을 하는데 제가 휠체어를 타다보니 좀더 편해지는 측면도 있었다"며 "포스코 코로나 시대 이후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자들은 공간적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와 함께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극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원영 변호사는 "잠실창작스튜디오가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이 되기를 꿈꾸기보다 이곳에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창작자, 기획자, 행정가들이 재난 상황에서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식과 경험을 지니기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우 회장도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예술가로서 깊이를 더하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장애예술 연구자로서 장애예술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야 대중에게 좋은 예술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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