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영등포점 36년 만에 타임스퀘어점으로 점포명 변경 왜?

입력 2020-06-24 15:10수정 2020-06-2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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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 여의도점 오픈 견제...프리미엄 백화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 시각도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백화점들이 수입명품과 리빙 등 프리미엄 상품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대대적인 환골탈태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36년 간 사용하던 ‘영등포점’의 이름까지 변경해 고급 이미지 심기에 주력하고 있다. ‘타임스퀘어점’으로 서울 서부 상권을 넘어 수도권 랜드마크 백화점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신세계백화점은 1984년부터 사용한 ‘영등포점’을 26일부터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으로 변경한다고 24일 밝혔다. 신세계가 지역명을 점포명으로 사용하지 않은 첫 번째 사례다.

신세계는 기존 영등포점이 가지고 있는 구(區) 단위의 점포명이 광역 상권을 아우르는 대형점의 의미를 모두 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점포명 변경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최근 영등포 지역이 서울 3도심으로 지정되며 빠르게 개발되면서 인근 신길뉴타운은 물론 부천과 인천 등 수도권 서남부 거주자까지 방문이 확대되는데 따른 결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영등포점은 지난해 인천점을 롯데에 뺏기고 난 후 수도권 서남부를 커버하는 신세계의 유일한 백화점이기도 하다. 실제 영등포점의 마포구ㆍ금천구 고객의 매출 구성비는 10년 새 4%에서 12%로 3배 뛰었고, 같은 기간 인천 및 부천 고객 매출 비중도 11%에서 21%로 2배 치솟았다.

박순민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장 상무는 “상권이 광역화되고 소비력 있는 고객들이 늘어난 만큼 차별화된 매장 구성을 통해 서남부 랜드마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30년 간 영등포역 민자역사를 운영해오다 지난해 다시 최소 10년 간 사업권을 수성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대대적인 리뉴얼이 들어가고, 현대백화점이 내년 1월 여의도 파크원에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열기로 하면서 신세계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프리미엄 이미지 전략이 꼽힌다. 영등포점은 본점에 이은 신세계의 2호점으로 역사가 깊지만 백화점 치고는 다소 작은 규모로 명품보다는 중저가 브랜드를 주로 취급해왔다. 그러다 2008년 타임스퀘어가 생기면서 바로 옆의 경방필백화점 건물을 20년 간 임차해 2개의 건물을 운영하게 된 후에도 점포명은 ‘영등포점’을 그대로 쓰면서 대중적인 이미지를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들어 유통업 주도권이 이커머스로 옮아가면서 백화점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프리미엄 이미지가 절실해졌다. 달라진 소비 패턴으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중저가 상품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하고, 백화점은 고급 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사는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2년 백화점 매출의 65%에 이르던 패션·잡화 매출은 지난해 48%로 내려왔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타격받은 지난 1분기에는 41%까지 추락했다. 줄어든 백화점 매출은 이커머스의 몫이 됐다. 반면 같은기간 13%대에 불과했던 해외유명브랜드 매출 비중은 7년 만에 29.5%로 2배 넘게 뛰었다.

실제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은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와 시너지가 활발하다. 먹거리, 영화관, 대형마트, 서점, 호텔, 키즈테마파크 등이 한곳에 모인 타임스퀘어에는 가족ㆍ연인 단위 고객들이 많이 몰리며, 백화점의 주 고객층이자 ‘큰손’인 30~40대와도 일치해 양사가 윈윈 중이다.

앞서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은 제2의 도약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11개월간 단계별로 전체 리뉴얼을 진행했다. 특히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졌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리빙관(생활전문관)을 시작으로 올해 식품전문관, 영패션전문관, 해외패션전문관을 잇따라 선보이며 오프라인 매장의 매력을 십분 살렸다.

리빙관은 건물 한 동을 전부 생활 장르로 채운 파격적인 시도가 눈에 띈다. 이곳은 2~6층의 5개층, 총 영업면적 약 1500평, 입점 브랜드도 상권 최대 규모인 90여개로 기존 대비 40% 늘려 상권 최고 수준이다. 식품전문관 역시 백화점의 얼굴인 1층에 문을 열면서 과감한 혁신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과일, 채소 ,수산, 정육, 글로서리는 물론 기존에 없던 베이커리와 카페까지 총망라했다.

다른 백화점들 역시 프리미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쇼핑은 소공본점을 포함한 주요 백화점을 고급 점포로 개편하고 있다. 본점에는 1층이 화장품 매장이던 공식을 깨고 명품 매장을 배치하고, 2층과 5층에도 각각 여성과 남성 명품 매장을 배치하기로 했다. 잠실점과 부산본점을 비롯해 2021년 오픈 예정인 동탄점 역시 고급 점포로 선보일 계획이다.

입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을 비롯해 판교점까지 프리미엄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역시 내년 1월 여의도에 오픈하는 점포명을 놓고 고심 중이다. 현재 현대백화점이 지역 명칭을 사용하지 않은 곳은 무역센터점과 디큐브시티점, 킨텍스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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