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경제학] '고급요리' 대명사 랍스터…과거엔 먹기 싫다고 파업까지 했다고?

입력 2020-04-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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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게 또 나와? 이 '싸구려' 음식을 먹고 이렇게 일을 시키다니. 더는 못 참겠어요!"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따뜻한 빵이 없는데 어쩌란 말이오?"

17세기 초 미국 매사추세츠 주. 농장 하인들이 식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파업하자 농장주는 항변한다. 이민자가 몰려와 미국이 개척되던 시기. 농장주는 빵 대신 랍스터를 밥으로 제공했다. 이후 근로 조건과 식사 메뉴(?)를 두고 줄다리기를 한 끝에 노사는 최종 협상을 끝낸다. 새로운 계약서에는 한 문장이 추가된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랍스터를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

▲농장에서 일하는 하인들은 빵 대신 랍스터를 많이 먹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급요리 랍스터?…"나 때는 말이야"

21세기 오늘날, 식사 메뉴로 빵과 랍스터를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이 후자를 택할 터. 먹고 싶어도 비싼 가격에 주저하게 되는 랍스터가 과거에는 찬밥신세였다. 옛날 미국에서는 빈민, 어린아이, 하인이나 죄수가 먹는 싸구려 음식으로 치부됐다. 이 때문에 초기 이민자들이 취직한 농장 일꾼들에게 제공됐고, 급기야 파업까지 선언한 것이다.

당시 랍스터 공급이 많아 흔한 음식이기도 했지만, 본질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맛이 없어서다. 실제 '조리 방법' 때문에 맛이 없었다고. 요즘에는 랍스터를 오븐에 굽거나 쪄서 먹지만 옛날에는 그냥 물에 넣고 삶아 먹었다. 국물은 버리고 살만 먹는데 맛이 밋밋할 수밖에 없다. 만약 지금 우리한테 물에 삶은 랍스터를 먹으라고 한다면 맛있게 먹을 사람은 적을 것이다. 가격을 떠나 맛없는 걸 먹는 것도 곤욕이다.

▲초등학교 인근에서 성행했던 랍스터 뽑기.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랍스터 사랑하는 한국…뽑기까지 있었다고?

한국은 유독 랍스터를 사랑한 나라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2012년 3200만 달러, 2013년 5800만 달러, 2014년 7500만 달러가량의 랍스터를 수입했다. 이 해에는 전 세계에서 수입량 6위로 집계될 만큼 랍스터 사랑이 각별하다. 2016년에는 9400만 달러, 약 1070억 원 수준의 랍스터를 수입했는데 중량으로는 4500톤이다.

높은 선호도 때문일까. 뽑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예전에는 랍스터를 인형 뽑기를 하듯 뽑을 수 있는 기계까지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초등학교 앞 어린이들은 한 손에 동전을 쥐고 랍스터를 뽑기 위해 기계 앞에 줄을 섰다. 당시 초등학생인 기자도 이 기이한 장면을 구경하곤 했는데 실제로 뽑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랍스터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러나 이 뽑기는 인형만큼이나 널리 확산하진 않았다. 지금보다 동물권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가둬놓고 뽑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많았는데 결정적으로는 돈이 안 됐다. 인형은 오랜 시간 넣어놔도 괜찮지만, 랍스터는 생물인지라 가둬놓고 그대로 두면 썩어서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특히, 좁은 공간에 갇히고 뽑기 기계가 랍스터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일찍 죽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뽑은 사람은 없는데 갈수록 랍스터가 줄어든 이유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역사 깊은 랍스터, 그리고 '고오오급 라면'

랍스터는 유럽에서 고급요리로 역사가 깊다. 1세기 무렵 로마에서 발간된 것으로 보이는 요리책에는 랍스터 조리법과 함께 곁들이면 좋은 와인이 소개돼 있고, 15세기 이후 이탈리아와 영국 등 유럽에서도 랍스터 요리법에 관한 문헌이 발견됐다. 프랑스 혁명 이후 고급 요리사들이 각지로 나가면서 프랑스 조리법이 가미된 랍스터 요리가 사회 곳곳에 자리 잡았고 고급 음식으로 등극한다.

한국 역시 랍스터가 고급요리로 인식된다. 이에 한국인이 사랑하는 라면에 랍스터를 넣어 만든 '랍스터 라면'까지 등장했다. 식품기업에서 출시한 것은 물론 시민들이 끓인 라면에 랍스터를 넣어 만든 것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소공동 본점 해도식당에서 랍스터 라면을 팔았는데 350~400g 중량의 랍스터가 한 마리 통째로 들어갔다. 가격은 1만8000원.

랍스터가 라면 재료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전보다 가격이 낮아진 덕이다. 이마트 등의 유통업체에서 6~7만 마리를 대량으로 발주하면서 랍스터의 대중화를 실현했다. 편의점에서도 한시적으로 랍스터를 저렴한 가격에 팔았고, 이를 계기로 라면에 랍스터를 넣은 사람들이 나오면서 한때 큰 관심을 끌었다. 엄청 맛있다는 반응은 적었지만, 틀림없이 별미였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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