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최영석 차지인 대표 "전기차 충전, '보급' 아닌 '산업'으로 봐야"

입력 2020-02-27 11:00수정 2020-02-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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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호 전기차 소유주' 최 대표, "전기차 구매 보조금 대신 실질적 혜택을"

▲최영석 차지인 대표가 18일 경기도 성남시 소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기차는 이미 산업이 됐습니다. 이제 전기차 충전도 ‘보급’에서 ‘산업’으로 시각을 바꿀 때가 됐습니다”.

전기차 충전 사업 플랫폼 '차지인'을 이끄는 최영석 대표는 지난 18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전기차 충전을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줄곧 강조했다. 차지인은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를 개발해 곧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일종의 ‘전기 자판기’다.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220볼트 콘센트에 A4 용지 크기의 기기만 설치하면 전기차 충전을 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원래 자동차 데이터 분석과 관련한 일을 했다. 2013년 제주도를 방문해 전기차 시범 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접한 뒤로 전기차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전기차를 출고한 이용자가 됐다. 2014년 12월부터 전기차를 몰기 시작한 그는 유독 충전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많았다. 전기차 충전이 왜 이리 불편한지 알아보던 중 직접 충전 사업 플랫폼 차지인을 설립하게 됐다.

그가 개발한 과금형 콘센트는 주요 거점에 있는 급속, 완속 충전기와 달리 건물 주차장 곳곳에 설치할 수 있다. 이 콘센트를 설치한 건물주는 전기차 이용자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전기차 이용자는 방문한 거점에서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별도 통신 없이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연동으로 결제할 수 있어 고정비 지출도 없다. 과금형 콘센트는 지난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에 선정됐다.

충전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최 대표는 최근에 전기차 충전요금을 둘러싸고 일어난 논란에는 좀 다른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충전요금 할인, 전기차 생태계 망친다=한국전력은 전기차 충전요금을 한시적으로 할인해주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에 기본요금을 면제하고, 전력량요금(충전 시 내는 충전비)은 50% 할인하는 제도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목적으로 2016년 3월부터 시작됐다. 애초에 이 제도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끝날 예정이었지만, 한전은 전기차 사용자의 부담을 고려해 이를 2022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없애기로 했다.

그런데도 전기차 사용자들의 반발은 거센 상태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전기차 충전요금이 40%가량 오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예견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이 어느 날 갑자기 나왔다”며 “돈을 받지 않던 걸 다시 받겠다고 하니 반발이 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줬다 뺏는 격이라 저항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충전요금 할인 제도가 전기차 충전의 질적 성장을 발목 잡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정부는 민간 충전사업자들이 충전기를 설치할 때마다 보조금을 줬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몇몇 충전 사업자는 시장성이 있는 곳을 따져 충전기를 설치하기보다는, 경쟁적으로 충전기 대수 자체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충전기는 전국에 1만4000기 정도로 폭증했지만 일부는 부적합한 장소에 설치된 탓에 사용률이 떨어졌다. 설치 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곳도 있었다. 전기차 사용자들이 “충전기는 많은데 쓸 수 있는 곳은 적다”는 불평을 하게 된 이유다.

최 대표는 “환경부가 충전기를 ‘보급’의 관점에서 봐 개수에만 신경 썼다”며 “사업자들이 보조금 수령에 급급하다 보니 충전 서비스의 질적 성장은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전기차 제조는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충전은 그만큼의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최영석 차지인 대표는 전기차 구매 시 지급하는 보조금도 없앨 때가 됐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기차 충전요금 올라도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전의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폐지에 반대하는 측은 사용자 부담을 근거로 댄다.

최 대표는 충전요금이 원상태로 복구돼도 내연기관차보다는 저렴하다고 맞받았다.

한전과 오피넷 등에 따르면 현재 현대차 코나 전기차의 연간 연료비는 40만 원 수준인데, 하반기부터는 약 55만 원으로 오른다. 코나 가솔린 연간 연료비(약 166만 원)의 33%, 디젤(110만644원)의 50% 수준으로 여전히 내연차보다는 저렴하다.

최 대표는 “요금이 환원돼도 내연차보다 저렴하다. 돈을 내고 쓰는 게 맞고, 그래야 전기차 충전 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바로 지금을 생각하면 충전요금이 올라 싫겠지만, 장기적인 전기차 생태계를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라는 설명이다.

◇현금성 보조금 말고 현실적인 지원을=최영석 대표는 정부가 전기차에 현금성 보조를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조금으로 전기차 보급을 유도하기에는 이미 전기차가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충전기 설치 대수에 근거해 지급하던 보조금을 없애고 그 대신 사업자의 플랫폼 개발을 돕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전기차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충전할 환경이 만들어지고, 충전 역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차 구매 시 지급하는 보조금도 없앨 때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차를 사면 국가 보조금뿐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지자체 보조금은 지역별로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확정된 지자체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최저 4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으로 모두 다르다.

최 대표는 “같은 물건의 가격이 지역마다 다른 게 말이 되느냐”며 “현금 살포성 보조금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금 지원 대신 구매 이후에 지속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관공서 주차장은 모두 전기차 전용으로 운영하거나, 고속도로 통행요금을 무료화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현금으로 주는 구매 지원금은 구매할 때만 생각납니다. 막상 구매 후에는 보조금을 받아 샀다는 생각을 잘 못 하게 되죠. 전기차 사용 과정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쪽이 이용자에게 더 도움이 됩니다. 정부로서도 돈을 쓰지 않고 법으로 전기차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최 대표는 최근 제주도 규제자유특구에서 이뤄지는 충전 인프라 공유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개인이 소유한 전기차 충전기를 공유하면서 이익을 얻는 사업이다. 공유 숙박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형태다. 제주도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특례 허가도 받았다.

BMW i3를 첫 전기차로 구매한 최 대표는 현재 기아차 니로 EV, 한국지엠 볼트 EV, 르노삼성 SM3 Z.E 등의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가 쉽고 편하게 전기차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꿈꾸는 그는 선문대 스마트자동차학부 겸임교수,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최영석 대표(오른쪽)와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에서 네번째)이 지난해 12월 11일 '커넥티드카 스타트업 해커톤' 참가자들과 함께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M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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