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시장 갔더니 맛집에 외국인이 많았어요"…꼼수 끝판왕 '부동산 단톡방'

입력 2020-02-26 08:57수정 2020-02-2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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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언급 금지 등 단속 피하기 나서…국토부 "집중 모니터링 중"

▲국토교통부가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 조사를 전담하는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신설하고 출범식을 가졌다. (국토교통부)

"깡시장에 뿌셔부셔 맛집을 찾았는데 재료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OO 팬클럽'으로 이름을 바꾼 부동산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올라온 글이다.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부동산(깡시장)에 재개발(뿌셔부셔) 아파트(맛집) 매물(재료)이 없다며 부동산시장 상황을 알리는 글이다.

국토교통부ㆍ국세청ㆍ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부동산 특사경(특별사법경찰)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하자 유튜브와 인터넷 카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부동산 전문가들이 단속망을 피하기 위한 꼼수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21일 정부는 국토부를 주축으로 검·경찰과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반'을 출범시켰다.

대응반은 청약통장 불법 거래이나 업ㆍ다운 계약 같은 기존 단속 대상뿐 아니라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등록 중개행위나 표시광고법 위반, 집값 담합 등에 대해서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이미 주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보 등을 통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집중 모니터링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불법 또는 탈법 행위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는 경우로 판단되는 경우 세무조사 등 전방위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부동산 단체대화방을 폐쇄하거나 단체대화방을 유지하더라도 방 이름을 바꾸거나 시세 언급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자체 검열에 나서고 있다.

발빠르게 폐쇄를 결정한 단체대화방은 대응반의 집중 단속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곳들이었다. 최근 폐쇄를 결정한 분양권에 대한 정보를 나누던 A단체대화방과 지역 분석에 집중했던 B단체대화방에서는 방장(강사)이 직접 특정 지역과 아파트명까지 찍어주며 유망 투자처로 지목하는 경우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같은 행위가 공동투자를 알선한 것이거나 부동산 중개업소와 매물을 연계해 수익으로 연결됐다면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강사 중 상당수가 온ㆍ오프라인 강의 등을 통해 영리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강력한 제재를 들고 나온만큼 실제 위법 행위가 없더라도 상당한 압박들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대화방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인테리어나 팬클럽, 다이어트 등 부동산이 연상되지 않는 이름으로 대화방명을 바꾸고 있다. 단체대화방에서 나누는 대화에 대해서도 단속에 나섰다. 공지를 통해 "시세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하는 것을 금지한다. 특정 부동산을 언급하는 경우에 대해서 강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아파트→맛집, 재개발→뿌셔뿌셔, 전매 제한→유통 기한, 부동산(복덕방)→깡시장, 매물→재료, 투자자(외지인)→외국인, 떡상(상승)→제철 등의 은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단속이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세력을 몰아내고 담합을 유도하는 행위를 근절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과도할 경우 건전한 정보 교류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이뤄졌던 정보 교류가 음성적으로 유통될 경우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정부의 단속으로 일시적으로 투기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정부 압박이 거세지면 불특정 다수에게 무료로 제공되던 정보가 유료로 전환되는 등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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