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연장 전제는 노동개혁과 생산성 혁신

입력 2020-02-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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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고용연장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고용노동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해 여성과 어르신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정년연장을 추진하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작년 제시했던 ‘계속고용제도’ 도입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범정부 인구정책TF(태스크포스) 논의 결과를 내놓고 2022년까지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에 근로자의 60세 정년 이후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을 통한 고용연장을 강제하고, 장려금 등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안이다. 일본의 계속고용제도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기업에 정년연장 부담을 지우는 것과 같아 경제·사회 전반에 큰 파장이 예고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의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떨어져 세계에서 가장 낮다. 그 결과 고령화 속도도 제일 빨라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용연장을 통해 고령인구를 생산인력으로 유인하는 것이 불가피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들의 노동시장 참여는 젊은 계층의 고령인구 부양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현재 62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늦춰진다. 현행 60세 정년과의 차이로 소득공백에 따른 노인빈곤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그럼에도 쉽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정년 이후의 고용연장은 기업의 지불능력과 임금체계, 사회보험료 부담 등의 여건을 함께 따져봐야 하고, 노동시장 유연성과도 직결된다. 대법원이 55세였던 육체근로자 가동연한을 60세로 올린 게 1989년이었는데, 우리 법정정년이 60세로 연장돼 전면 시행된 게 불과 3년 전이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생산성 증대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고용기간을 늘리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커지고 경쟁력은 떨어진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 신규 고용여력 감퇴로 결국 일자리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지금 청년실업 문제는 극히 나쁜 상태다. 청년들의 취업기회를 줄여 세대갈등까지 키울 우려도 크다. 임금체계가 최대 걸림돌이다. 우리 기업들은 근무연한이 늘어나면서 임금도 오르는 연공서열 호봉제와 세계 어느 곳보다 심한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저성과자의 정리해고도 힘든 구조에 갇혀 있다.

고용연장은 반드시 기업의 생산성을 혁신하고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 임금체계 개편으로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깨는 바탕 위에서 추진돼야 할 일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수용성을 높일 수 없고, 경제활력이 쇠퇴하면서 기업은 신규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반응하게 된다.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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