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메리츠화재, 대우조선 임원배상책임 보험금 지급 의무 없어"

입력 2020-0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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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지급효력 과거 '정황통지' 시점으로 봐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의 후폭풍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 관련 소송에서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승기를 잡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2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메리츠화재가 대우조선과 고재호 전 사장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KB손해보험은 대우조선의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대우조선은 2015년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매출액을 과대계상하고 매출원가를 낮추는 수법 등으로 2조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이에 대우조선 주주들이 대표이사 등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임원배상책임보험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앞서 대우조선은 KB손해보험과 2014년 7월 25일~2015년 7월 25일을 보험기간으로 하는 임원배상책임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메리츠화재와 2015년 7월 25일~2016년 7월 25일을 기간으로 하는 같은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은 임원이 업무상 부주의로 주주나 제3자에게 경제적 손해를 입혔을 때 소송비용 등을 물어주는 보험이다. 이 보험은 사고의 발생 시점과 보험계약자의 사고 인지 시점, 관련 내용을 보험사에 통지한 시점이 보험기간 내에 이뤄져야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당시 메리츠화재는 대우조선과 임원보험을 체결하기 전 2014년 보험주간사인 KB손보에 ‘분식회계와 관련해 향후 보험금 청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정황통지’를 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대우조선은 2015년 7월 22일 KB손보에 공문을 보낸 후 메리츠화재와 계약을 체결했다.

1심 재판부는 대우조선이 KB손보에 보낸 공문이 정당한 정황통지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황통지 당시 배상청구의 움직임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배상청구가 제기될 것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정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KB손보는 해당 공문이 정황통지에 해당하는지 법률적인 검토를 했다”면서 “대우조선은 메리츠화재의 보험료가 14억8000만 원으로 KB손보의 8.5배인데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1심은 “해당 공문을 유효한 정황통지로 보는 이상 메리츠화재는 대우조선 등에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결과에 따른 보험금 지급이 면책된다”고 판시했다. 분식회계 관련 소송은 메리츠화재의 보험 가입 기간에 발생했지만, 보험금 지급 효력은 회사가 소송 가능성을 인지하고 이를 보험사에 통지(정황통지)한 때로 본 것이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대우조선을 상대로 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은 53건(일부 병합), 소송가액만 약 2300억 원에 달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상훈 부장판사)는 김모 씨 등 주주 290명이 대우조선과 고 전 사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변론을 종결하고 20일 선고한다. 이번에 선고가 이뤄지면 대우조선과 관련한 소송 가운데 첫 판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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