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장과 싸우겠다는 부동산정책 악순환 걱정이다

입력 2020-01-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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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를 잡고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며 “지금의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더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말했다. 또 “일부 지역은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는데 원상회복돼야 한다”면서,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추가대책이 돈줄을 더 옥죄고, 집을 가진 사람의 세(稅)부담을 가중하는 방안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확대해 대출과 세제, 청약 규제를 강화하고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한편, 채권입찰제와 주택거래허가제까지 도입하는 등의 극단적 조치도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표현으로 초강력 규제를 서슴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마디로 시장과 끝없이 싸우겠다는 얘기다. 솔직히 걱정부터 앞선다. 정부의 투기차단 의지는 좋고, 부동산시장 안정의 당위성에도 이론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속성을 무시하고, 시장과의 정합성(整合性)을 결여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계속 역효과만 불러오고 있다는 점에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2017년의 ‘6·19 대책’을 비롯해, ‘8·2 대책’, 2018년 ‘9·13 대책’, 2019년 ‘12·16 대책’ 등 그동안 강력한 규제가 수도 없이 쏟아졌다. 굵직한 조치만 모두 18차례다. 그럼에도 집값은 오르기만 했다. 잠시 주춤하는 듯하다가 규제를 비웃듯 다시 튀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3년 동안 40% 급등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24만여 건을 전수조사(부동산 114)한 결과이니, 뻥튀기식 호가(呼價) 높이기의 허수가 배제된 시장가격이다.

작년 되살린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에 이어, 고가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제한과 금지를 골자로 한 최근의 ‘12·16 대책’,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보유세의 대폭 인상 조치만 해도 그렇다. 집값에 선행하는 전셋값이 서울에서 급등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청약시장의 ‘로또 아파트’ 열풍을 낳고 있다. 급격한 보유세 올리기는 투기와 무관한 집값 비싼 지역 1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고통스러워할 지경이다.

정부는 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거래가 얼어붙고 급매물이 출현하면서 잠시 집값이 주춤하는 것을 시장의 안정으로 판단한다면 착각이다. 그동안의 부동산 대책의 약발은 늘 단기적이었고, 더 강력한 규제로 이어졌지만 시장의 불신과 내성만 키운 채 정책 실패로 이어졌다. 문제의 본질은 주택 수요를 투기로만 규정짓고, 공급 대책 없이 수요만 강압적으로 누르는 규제 일변도였다는 데 있다.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으로는 결코 집값을 안정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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