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그들의 '유레카'가 헛되지 않기를…

입력 2020-01-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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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 중심은 대기업들이 자리 잡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의 센트럴홀ㆍ노스홀ㆍ사우스홀이다.

하지만 조금 더 발품을 판다면 흥미로운 곳을 만날 수 있다. 컨벤션 센터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샌즈엑스포 1층 '유레카 파크'다.

'무언가를 깨닫고 알아내다'는 뜻의 유레카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전 세계 수백 개의 스타트업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6년 만에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기자는 유레카 파크를 가장 흥미롭게 둘러봤다. 특히 돌아보는 내내 국내 젊은 창업자들의 아이디어와 기술에 연신 속으로 손뼉을 쳤다.

삼성전자 C랩 우수과제 중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전면 카메라를 활용한 가상 키보드 솔루션, 종이에 밑줄 그은 글을 디지털로 관리해주는 스마트 형광펜, 인공햇빛을 만드는 조명 등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C랩에서 스핀오프한 '웰트'는 스마트 벨트로 내장된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허리둘레ㆍ식습관 등을 감지하고 분석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비만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보행습관을 분석해 낙상 예방 알고리즘을 탑재해 CES 2020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C랩 아웃사이드인 '피트'는 고액의 검사비용을 들여 병원에서만 측정 가능했던 운동검사를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검사 결과에 따른 사용자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다른 스타트업 '플랫포스'는 동네 커피숍도 스타벅스처럼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할 수 없을까하는 물음에서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폰기프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초기 비용 없이 자체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하고 판매할 수 있다.

유레카 파크를 둘러보면서, 우리나라의 미래는 아직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젊은 직원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또 연구했을 지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해 졌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내놓은 지능형 동반자 로봇 '볼리' 역시 젊은 직원 10명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CES 2020 기조연설에서 '볼리' 시연을 별 탈 없이 끝내고 들어가자 직원 중 한 명이 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의 책임감과 노력에서 나온 눈물일 것이다.

유레카 파크에서 나오며 한가지가 절실해졌다. 젊은 창업가들의 앞날을 막을 수도 있는 온갖 규제들이 떠올랐다. 모빌리티 운송 서비스 '타다'를 포함해 여러 스타트업이 규제에 막혀 사업을 접을 위기에 처해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역시 미래 산업이지만 국내에선 '그림의 떡'이다. 미국과 중국, 영국, 일본 등에선 원격 협진(의사 간 의료 지원)ㆍ원격 진료(비대면 진료)ㆍ원격 모니터링(데이터 기반 실시간 관리)ㆍ원격 조제(의약품 원격 조제 및 배송)가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원격 협진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한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경제를 새롭게 견인해야 할 주인공이다. 그들이 온갖 규제에 막혀 길을 잃는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없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는 규제 완화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유레카'를 외친 젊은 창업가들이 규제란 장벽에 부딪혀 손 쓸 수 없는 절망감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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