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암 치료도 '개인맞춤' 시대…국내 기업도 맞춤형 항암백신 개발 '속도'

입력 2020-01-13 05:00수정 2020-01-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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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트렌드로 자리잡은 ‘맞춤 의학’ 개념이 항암 백신에도 적용되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NGS)과 정밀의료 기술을 활용한 암 정복에 도전하면서 ‘나만을 위한’ 항암 백신의 탄생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암 환자의 개인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항암 백신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우선 환자의 종양에서 DNA를 추출해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변이가 발생한 부분에서 신항원을 찾는다. 신항원은 암 환자에게만 증가하는 항원 중 환자마다 다르게 발견되는 고유의 항원을 의미한다. 이렇게 신항원을 활용해 백신을 개발하면 정상 세포에 발현하지 않는 암세포만 표적해 안전성이 확보된다. 환자 한명 한명에 맞춰 만들어지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 위험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신테카바이오는 셀리드와 손잡고 완전 개인 맞춤형 항암 백신 개발에 나섰다. 신테카바이오의 인공지능(AI) 신생항원 예측 기술로 환자마다 다른 신항원을 찾으면 셀리드가 세포를 배양해 맞춤형 백신으로 제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양사는 항원성이 매우 강한 신항원을 탑재한 차세대 항암면역세포 치료백신 ‘BVAC-Neo’를 개발 중이다. 현재 전임상 단계로 2021년 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셀리드는 신항원 예측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테카바이오의 플랫폼 기술 ‘네오스캔’을 도입했다.

유전체 분석 진단 솔루션 기업 테라젠이텍스는 개인 맞춤형 항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초 항암치료백신 전문기업 테라캔백을 설립했다. 회사 관계자는 “10년간 축적한 NGS 및 생명정보 분야 노하우 및 기술력을 바탕으로 암 항원 예측에서 세계적 수준의 정확도를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테라젠이텍스는 일본의 암 백신 전문기업 OTS(OncoTherapy Science Inc)와 합작회사 CPM(Cancer Precision Medicine)을 세웠다. 암 유전체 분야 세계적 석학 나카무라 유스케 대표가 이끄는 OTS의 면역요법 기술을 테라젠이텍스의 유전체 분석 및 액체생검 기술에 접목해 치료용 백신을 개발 중이다.

학계에서도 맞춤형 항암 백신에 관한 연구 열기가 뜨겁다. 표적 항암치료의 석학 백순명 연세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대표적이다. 암 환자의 유전체 변이로 생기는 새로운 단백질의 조각(펩타이드)을 분석해서 피하주사를 투여하는 방식인데, 기술력은 당장에라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규제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도적 절차가 제동을 걸고 있다.

백 교수는 “식약처는 개별 환자와 각 펩타이드에 대한 독성 검사를 모두 거쳐야만 투여할 수 있다는 견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맞춤형 암 백신을 연구 중인 다른 기업들과 힘을 모아 식약처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적 문턱이 없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독성 검사에 대한 허들을 낮춰 맞춤형 암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국내에서는 자칫 규제에 묶여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상용화 시기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다.

특히 해외에서는 면역관문억제 항암제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이오기업과 함께 맞춤형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의 면역항암 전문기업 네온테라퓨틱스는 개인 맞춤형 신항원 암 백신 후보물질 ‘NEO-PV-01’의 임상 1b상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NEO-PV-01은 환자 개개인에게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 프로파일에 따라 맞춤 디자인한 항암 백신이다. 환자의 유전 정보에 기반한 20개의 펩타이드를 합성하고 이를 환자에게 투여해 치료한다.

네온테라퓨틱스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흑색종, 흡연 관련 비소세포폐암, 방광암 환자 82명을 대상으로 NEO-PV-01과 BMS의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를 병용 투여했다. 12개월 이상 관찰한 결과, 모든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 임상적 이점을 확인했다.

옵디보와 경쟁하는 ‘키트루다’를 개발한 머크는 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RNA(mRNA) 관련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모더나테라퓨틱스와 손잡았다. 모더나테라퓨틱스의 mRNA 기반 맞춤형 항암백신 ‘mRNA-4157’는 임상 2상에 접어들었다. 환자의 암세포에 돌연변이로 발현한 신항원의 mRNA가 면역 반응을 유발해 인체 내부에서 자체 항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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