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조롱에 격분한 트럼프, 나토 기자회견 취소하고 귀로…외교적 고립 선명

입력 2019-12-05 08:41수정 2019-12-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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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총리가 뒷담화한 동영상 공개돼…트럼프 “트뤼도는 이중적인 사람”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올해로 창설 70주년을 맞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고립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을 조롱한 것처럼 보이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나토 정상회의 일정 마지막에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귀로에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다른 나라 정상들이 트럼프를 뒷담화한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 이런 갑작스러운 행동 배경에 있다. 그만큼 트럼프 고립이 선명해지고 있다고 WSJ는 평가했다.

문제가 된 동영상은 전날 밤 버킹엄궁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주최 만찬회장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이 담소하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영상에서 존슨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만찬회장에 늦게 도착한 이유를 묻자 트뤼도 총리가 끼어들어 “그(트럼프)가 40분 이상 즉석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그(마크롱)가 늦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뤼도는 앤 영국 공주 등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그의 팀원들조차 입이 떡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험담 섞인 농담을 했다.

마크롱은 전날 트럼프와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회담 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프랑스와의 무역 마찰 문제에서 영국 국민 보건서비스(NHS) 혜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트럼프는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자리에서 트뤼도 총리가 자신을 조롱한 듯한 문제의 동영상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트뤼도는 이중적인 사람”이라며 “나는 그가 매우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가 2%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그는 그것에 대해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2%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이를 지급해야 한다”며 “캐나다는 돈이 있어서 그래야 한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이를 요청했는데 그가 확실히 불쾌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렇게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는 나토 회원국들이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최소 2%까지 늘리기로 한 약속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후에 트뤼도 총리는 “동영상에서 언급한 기자회견은 자신과 트럼프의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가 가졌던 기자회견을 뜻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확실히 두드러진 것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보좌진이 매우 놀랐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가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기로 했다고 깜짝 발표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지도자는 그들의 보좌진 입이 벌어질 만큼 예정에 없는 놀라움을 일으키는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롱은 동영상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도 나토가 뇌사상태라고 한 발언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다.

올해 나토 정상회의는 창설 70주년을 맞아 열렸지만, 회원국들은 터키의 시리아 공격에서 기후변화 대책, 이란 이슈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슈에서 균열 양상을 보였으며 동영상은 트럼프가 어떻게 국제무대에서 고립돼 있는지를 재차 부각했다고 WSJ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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