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0주째 주말 시위 더 격렬...잇단 ‘백색테러’에 반중 정서 고조

입력 2019-10-2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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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말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20일(현지시간) 코룬 지역에서 행진 도중 던진 화염병에 도로에 불이 붙었다. 홍콩/AFP연합뉴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20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최근 백색테러에 대한 분노까지 더해져 이번 시위는 더욱 격렬하게 전개됐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3만5000여명의 홍콩 시민들은 최대 관광지 중 하나인 침사추이와 몽콕, 오스틴 지역을 행진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정부의 시위대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마스크나 가면을 쓰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복면금지법’ 반대를 외쳤고 최근 잇단 ‘백색테러’에 대한 분노도 드러냈다. 경찰은 폭력 집회가 우려된다면서 애초 이날 집회를 불허하고 강경 진압에 나섰다.

시민들은 ‘홍콩 경찰이 짐승처럼 사람을 죽인다’라고 적은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얼굴과 히틀러의 사진을 결합한 플래카드를 펼쳐 들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백색테러에 대한 항의 표시다. 지난 16일 밤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 4명에게 쇠망치 공격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 또 19일에는 ‘레넌 벽’ 앞에서 전단을 돌리던 시민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

시위대는 이같은 백색테러가 친중파 진영이 사주했고 홍콩 경찰과 정부가 묵인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침사추이, 조던, 야우마테이 일대의 중국계 은행과 점포, 식당 등은 시위대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다.

시위대는 몽콕 지역에 있는 중국 휴대전화 브랜드 ‘샤오미’ 매장과 전통 중의약 업체 ‘동인당’ 매장, 삼수이포 지역에 있는 중국초상은행 영업소 등을 부수고 불을 지렀으며 화염병을 투척했다.

이에 맞서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등을 발사하고 물대포 차를 투입해 시위 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물대포로 쏘는 물에 파란색 염료와 최루액을 섞어 시위대는 물론 몽콕, 삼수이포 지역의 주민과 현장 취재 기자 등에도 무차별적으로 발사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카오룽 지역의 이슬람 사원에도 물대포를 쐈다. 비난이 거세지자 경찰은 성명을 내 “시위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였다”고 해명했고, 이날 저녁 경찰 지휘부는 모스크를 방문해 종교 지도자들에게 사과했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공격에 시위대가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홍콩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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